“올해 여름 역대 가장 습했다…폭염 더 위험하게 만들어”

“지구촌 습기·무더위와 싸움…에어컨 없으면 열질환 걸릴 수준”

“페르시아만 일부 지역 체감온도 섭씨 65도 넘어…생존한계 내몰려”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주민이 발목까지 잠기는 도로 위를 걸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주일 전에도 미국 태평양상의 수증기가 긴 띠 모양으로 형성되는 '대기의 강' (Atmospheric river) 현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샌타바버라 AFP=연합)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주민이 발목까지 잠기는 도로 위를 걸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주일 전에도 미국 태평양상의 수증기가 긴 띠 모양으로 형성되는 ‘대기의 강’ (Atmospheric river) 현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샌타바버라 AFP=연합)

지구촌이 올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습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한 습한 무더위가 일부 지역에선 사람을 생존의 한계로 내몰고 있으며 극한 폭염과 호우의 우려도 키우고 있다.

뉴질랜드 국립물대기연구소(NIWA)의 기상학자 벤 놀이 집계한 습도의 척도인 이슬점(대기 속 수증기가 물로 응결하는 온도) 관측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올해 미국은 85년간의 관측 기록상 가장 습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여름은 기상학적으로 6~8월을 가리킨다.

알래스카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기상학자 브라이언 브렛슈나이더는 WP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습한 여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1998년 이후 미국과 전 세계 모두 가장 습한 여름 기록을 5차례 갈아치우는 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기후 과학자 콜린 레이먼드 연구팀의 202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여름과 같은 습도 급증은 수십 년간 이어지는 추세로, 1979년 이후 극심하게 습한 더위의 빈도는 2배 이상 늘었다.

습도 증가로 폭염, 허리케인, 대류성 폭풍, 갑작스러운 홍수와 같은 일이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한다는 미국과 중국 기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높은 습도는 인간의 생존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인체는 땀을 흘려 증발시키며 몸의 열을 줄이는 데 공기가 습할수록 땀의 증발이 천천히 일어나 몸의 열을 낮추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열 관련 질환이나 사망의 위험을 높인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의 하나로는 페르시아만 일부 지역에서는 7월 중순과 이번 주에 이슬점이 치솟으면서 체감온도인 열지수가 섭씨 65.6도 이상인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브렛슈나이더는 “인도와 홍해, 페르시아만 인근 지역에서는 습도 증가와 기온 상승으로 에어컨이 없으면 열 질환에 거의 확실히 걸릴 수 있는 상황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미네소타주 프레스턴의 열지수가 이번 주 초 48.9도까지 치솟으며 습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27일 시카고의 경우 열지수는 46.1도까지 뛰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7월은 관측 기록상 가장 따뜻했으며 14개월 연속 역대 기온을 갈아치웠다.

NOAA는 “2024년이 역대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77%”라고 예측했다.

올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1~5월에만 세계 15억명 이상은 미 기상청(NWA)이 더위와 습도를 모두 고려할 때 ‘위험’한 것으로 규정한 문턱을 넘는 체험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습한 열기는 더 강한 폭우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버몬트주 북동부에서 6시간 만에 200㎜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올해 미국에서 최소 10건의 큰 홍수가 발생했다.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지구 온난화가 대기의 습기를 늘리면서 과잉 물순환을 일으켜 홍수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1988~2021년 미국 내륙의 총 홍수 피해액 2천300억달러(약 306조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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