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될 신임 일본 총리에게 ‘시너지’를 강조하며 한일 관계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한미일 협력체제의 핵심인 한일 관계는 일본 총리의 교체와 역사 문제에 대한 국내 여론에 직면했다. 내주 추진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이 양자 관계에서 또 한번의 중대 기점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관련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양국 외교당국 간 논의하고 있고, 저는 늘 열려있고,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게 된다면 늘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내달 6일 또는 7일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일은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3국 정상이 외교성과로 강조해 온 한미일 협력체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와 기시다 총리의 총재 선거 불출마로 1년 만에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는 3국 협력체제가 가동됐을 때부터 우려됐던 문제다. 각국 집권세력의 정치성향에 따라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권세력은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는 순서를 반드시 거치기 때문이다. 앞서 통일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 국제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한미일 협력체제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자신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력체계는 인도·태평양 지역이나 글로벌 경제 안보에 매우 중요하고, 또 한미일 3국에도 매우 이익이 되는 중요한 것”이라며 “지도자 변경이 있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엄연히 우리가 공식 채택한 외교문건을 통해서 지속가능성, 효력이 그대로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데이비드 정신·원칙 및 한미일 합의에 대한 공약 세 문건을 상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차기 일본 총리를 향해 “한일 간 앞으로 미래를 위한 협력과 시너지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 나가자”고 말한 것도 한일 관계의 연속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는 지금까지 11번의 정상회담을 했다”며 “한일 양국에 관한 문제, 일본과 북한의 문제, 동북아 문제, 글로벌 안보에 관련된 문제, 공급망 문제 등을 논의해 왔다.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한일 간 함께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지도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차기 일본 총리에게도 이러한 관계를 이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 |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여러 가지 외교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셔틀외교 차원에서 양 정상의 상호방문이라면 순서상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다. 순서를 깨고 기시다 총리가 연속으로 방한하면서 신임 일본 총리 취임 후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양국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내달 중순 임기 마지막 해외출장으로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퇴임 전 한국과 미국을 방문해 한미일 3각협력의 견고함을 과시하면서 차기 총리에게도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정부의 역사관 공세 등 국내 여론이 민감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기상 아쉽다는 우려도 나온다.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양 정상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 외에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자칫 윤석열 정부에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언급이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해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에서 우리 정부가 공감을 얻을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야권의 친일 공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방한 일정을 시작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