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과 저녁”, “러시아와 친분?”…‘텔레그램’ 두로프의 인맥지도

세계적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의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세계적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의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체포된 이후 4일 만에 구금에서 풀려난 가운데, 그에 대한 의문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프랑스 당국에 의해 체포될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해서다. 지난 2014년 러시아 정부와 마찰로 인해 해당 국가를 떠났음에도, 러시아와의 인연이 지속되는 것도 관심을 쏠리는 대목이다.

2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같은 의문점들을 조명하면서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된 뒤 한 억만장자에게 연락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지목된 인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 사건에 정통한 소식통은 AFP에 “두로프는 체포된 뒤 이동통신 그룹 일리아드 회장 겸 창업자인 그자비에 니엘에게 자신의 체포 사실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프랑스 통신 재벌 니엘 회장을 통해 구명 방법을 찾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소식통은 “두로프는 심문 과정에서 자신과 마크롱 대통령의 관계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랑스 르몽드는 두로프가 프랑스에 도착한 날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기로 돼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수도 파리가 아니라 프랑스 북부 파드칼레주에 있는 주거 공간에 있었다.

이 외에도 두로프는 지난 2018년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텔레그램 본사를 파리로 이전하라고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로프와 러시아와의 관계도 조명되는 대목이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는 2006년 러시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프콘탁테(VKontakte·VK)를 설립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에 비견되는 정보기술(IT) 업계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4년 VK의 야당 커뮤니티를 폐쇄하고 앱 사용자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제공할 것을 러시아 정부가 요구하자 VK 지분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러나 러시아에선 두로프의 이번 체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의 군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텔레그램이 러시아에서는 단순한 소셜미디어 앱이 아닌 전장의 주요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장에서 부대 간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다른 통신 수단으로 텔레그램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두로프를 체포할 만한 중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이를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하겠다고 반발했다. 주프랑스 러시아대사관도 프랑스 측이 두로프 체포와 관련한 협조를 피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폴리티코는 “두로프는 자신을 크렘린궁의 적수로 묘사하지만 현실은 더 복잡해 보인다”며 “그는 러시아를 떠난 뒤에도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과두 정치인 알리셰 우스마노프가 초기에 텔레그램의 자금 조달을 도왔다는 얘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서 유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두로프는 러시아를 떠난 뒤에도 해당 국가를 줄곧 방문해왔다. 보고서는 “두로프는 지난 2015년에서 2021년 사이에 러시아를 50번 이상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텔레그램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와 어떠한 만남도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30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두로프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내가 아는 한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가 2014년 이후 러시아를 자주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 “두로프는 러시아 시민이고 여행의 자유가 있다”며 “당연히 그는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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