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에 실시되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포스터 [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는 27일 실시되는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동표(同票)가 나올 경우 ‘제비뽑기’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자만 10명이 넘는 1차 투표에서 2위 후보가 여러 명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자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득표 수가 같을 경우 제비를 통해 결선 진출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비를 납무한 일본 유권자), 당우(자민당 후원단체 회원) 투표 367표로 이뤄진 자민당 1차 투표에서 2위 후보가 여러 명 등장할 경우 제비뽑기로 1명을 추릴 방침이다.
아이자와 이치로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기자단에 “(2위 후보가 여러 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지 책임지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투표 규정은 선거 직전에 공표할 방침이다.
오는 27일 실시되는 일본 자민당 총재 후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고노 다로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AFP] |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 투표와 결선 투표로 나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의 득표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 2명이 결선 투표에 진출하게 된다. 결선 투표는 자민당 소속 중의원과 참의원 367표와 지방에서 얻은 표 47표로 이뤄져 있다. 자민당 선거 규정에 따르면 결선 투표에서 후보자 2명이 동일한 표 수를 얻을 경우 제비뽑기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2위가 여러 명일 경우 관련 규정이 없이 선관위에서 결정하게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역대급 후보 난립으로 예상 유력 후보만 10명 이상이다. 12일 후보 고시를 앞두고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이 입후보 의사를 밝혔고, 오는 6일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9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과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도 총재 자리에 도전할 예정이다.
앞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고이즈미 준이치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자민당 간사장인 이시바 시게루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아 과반수 득표를 얻는 유력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 득표 수가 같은 후보자가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도쿄에 있는 자민당본부 건물 [연합] |
닛케이는 “추첨으로 리더를 결정하는 것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과거부터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라며 제비뽑기 방식이 낯선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1330년대부터 약 200년간 이어진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도 제 6대 장군(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노리는 추첨을 통해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제4대 장군의 자녀인 제5대 장군이 갑자기 사망하자, 4대 장군은 후계자 지명을 거부했다. 이에 일본 간부들은 회의를 열고 제비뽑기로 아시카가 요시노리를 새 장군으로 뽑았고, 아시카가는 이후 ‘제비뽑기 장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일본 정치에서도 제비뽑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95조에는 중참 양원 선거에서 같은 수의 득표자가 있었을 때는 추첨으로 당선자를 결정한다.
요시다 도루 도시샤대 교수는 닛케이에 “제비뽑기라는 우연에 맡기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도 있고 논리적이다”며 “득표 수가 같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어느 후보든 상관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