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자금에 ‘차용증’ 쓰라니”…대여거래로 절세

#.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박명진(가명) 씨는 내년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결혼자금으로 모아온 적금과 예금 총 3억원을 해약했다. 애지중지 키운 외동아들이다 보니, 결혼비용은 물론 신혼집 마련에 도움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용품도 가장 좋은 것으로 마련해주리라 마음먹었다. 세금 문제는 고민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인당 3억원까지 혼인공제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아들의 결혼 소식을 알리려 참석한 모임에서 지인은 혼인공제가 1억5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잘못 증여했다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낼 수 있으니, 현금 대신 물건으로 증여하라고 조언했다. 이 얘기를 들은 또 다른 지인은 축의금 형태로 주는 금액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변의 얘기에 혼란이 온 박 씨는 세금전문가 ‘절세미녀’를 찾았다.

Q. 결혼할 때 받는 혼수용품을 지원한다고 해도 증여 문제가 있을까요.

A. 일반적인 경우 결혼할 때 자녀에게 주는 혼수용품과 축의금에는 세금 문제가 없습니다. 세법에서는 혼수용품으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또는 결혼 축의금의 경우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규정합니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수준일 때에 적용된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판례를 보면 냉장고, 세탁기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혼수용품은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호화 사치품이나 차량, 주택 등의 경우 과세 대상이라고 해석합니다.

또 다른 판례를 보면 예물비용에 대해서는 지출한 사람의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비과세 증여재산으로 인정한 경우도, 부인한 경우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각자의 경제력이나 지원 정도에 따라 판단하는 부분이므로 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적당한 수준에서 가전 등을 해주는 것은 괜찮을 거 같네요. 그럼 축의금은 어떻게 해석될까요.

A. 축의금은 결혼당사자들이 지인, 친인척으로 받은 축의금과 부모님 지인 등이 부모님께 전달하는 축의금으로 구분해 살펴보셔야 합니다. 먼저 결혼당사자들이 지인, 친인척으로부터 받은 축의금의 경우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 있다면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보통 건네지는 10만원, 20만원정도의 금액은 당연히 사회 통념상의 금액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고요. 판례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송금한 축의금 400만원도 사회 통념상의 금액으로 인정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부모님 지인 등에게 받는 축의금은 기본적으로 부모님에게 귀속된다고 봅니다. 부모님이 받은 자금을 결혼당사자에게 전달한다면 증여로 과세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결혼당사자가 부모님 지인 등으로부터 직접 축의금을 받는 것이 좋으며 축의금 내역 및 하객명부 등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아들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미리 조치해야겠네요. 축의금과는 별도로 자녀에게 증여해 줄 경우 올해부터 혼인의 경우 3억원까지 증여세 없이 줄 수 있다던데 맞나요.

A. 먼저 자녀가 부모에게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는 자금인 증여공제한도는 10년간 성년 자녀의 경우 5000만원, 미성년자의 경우 2000만원입니다. 여기에 혼인, 출산의 경우 추가 공제 한도가 신설됐는데 이 금액이 1억원입니다.

즉 과거 10년간 자녀에게 증여한 적이 없다면 1억5000만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증여가 가능합니다. 이 공제 한도는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개별 적용되기 때문에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각각 양가에서 1억5000만원씩 증여받는 경우 총 3억원의 자금을 증여세 없이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친구분으로부터 3억원이라고 말씀 들으신 것은 부부 합산 기준입니다.

Q. 신혼집 마련에 쓰라고 현금을 미리 주고 싶은데 딱 결혼식 날 증여해 줘야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요즘 혼인신고하면 불이익이 많다던데 결혼식은 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공제적용이 가능한가요.

A. 혼인 증여재산공제의 경우 혼인일 전후 2년간 증여한 건에 대해 공제적용이 가능합니다. 결혼 이후에 증여하는 경우 혼인일로부터 2년 내라면 비과세에 그대로 해당합니다. 반대로 혼인 전 증여를 한 경우도 증여일로부터 2년 이내에 결혼한다면 증여공제가 적용됩니다. 재작년에 결혼했더라도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올해 증여한 금액의 세금이 공제됩니다.

다만 이 공제는 법 시행일 이후 즉 24년 이후에 증여받은 증여분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때문에 작년에 이미 증여를 받은 상태라면, 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미 낸 세금에 대해서 환급은 불가합니다.

그리고 기준이 되는 혼인일은 혼인 신고일 기준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 등의 사실혼의 경우, 결혼식을 했을지라도 혼인공제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출산공제의 경우 혼인여부와는 상관없이 출산신고일을 기준으로 2년 이후 증여분까지 공제가 가능합니다.

Q. 어쨌든 자녀에게 3억원을 증여할 계획이 있는데요. 혼인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금액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두 경우 다 세율은 똑같은 수준으로 책정됩니다. 다만 혼인신고를 할 경우 공제가 1억원 추가 적용됩니다. 이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는 과세표준 2억5000만원에 세금 3880만원이 부과됩니다. 혼인신고를 할 경우에는 1940만원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약 2000만원가량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Q. 혹시나 해 말씀드립니다. 미리 증여했는데 파혼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A. 약혼자의 사망, 불치병과 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파혼하는 경우에는 특례적용이 가능합니다. 사유가 발생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자에게 반환하는 경우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어, 세금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특별한 이유 없는 파혼의 경우 수정신고나 기한후신고를 통해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이때는 납부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이자상당액을 함께 납부해야 합니다.

Q. 증여하고 나서 이혼하는 경우 어떻게 되나요? 재혼의 경우 여러 번 공제적용이 가능한가요?

A. 혼인공제를 받고 그 이후 이혼하는 경우 별다른 제재는 없습니다. 따라서 증여받은 자금을 혼인자금으로 사용한 후에 이혼하는 경우도 이전에 내지 않은 세금이 추징되지 않습니다. 또한 세법상 초혼, 재혼의 구분이 없이 혼인할 때 공제가 적용 가능합니다. 재혼의 경우에도 공제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공제금액은 평생 1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초혼 시 1억원 공제를 받았다면 재혼 시 추가로 공제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또 혼인, 출산 증여재산공제 1억원은 통합해 적용됩니다. 혼인공제 1억원을 적용받고 출산 시 또다시 공제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Q. 조부모가 증여하는 경우에도 공제가 가능할까요?

A. 직계존속에게 증여받는 경우 공제가 가능하고, 직계존속에는 조부모도 포함되기 때문에 당연히 가능합니다. 결혼할 때 할아버지가 1억원까지 세금 없이 주실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출산공제의 경우 할아버지가 새로 태어난 손자에게 세금 없이 증여해 주실 수 있다고 아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출산한 자녀 혹은 손자녀에게 증여할 때 증여공제 적용이 됩니다.

Q. 아들은 증여받은 현금을 신혼집 취득 시에 쓰려고 하는데 문제는 없을까요? 증여받은 현금을 꼭 결혼자금으로만 써야 하는 건 아니죠?

A. 목적을 한정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증여받은 돈이 꼭 혼인자금으로 쓰일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주택 취득 시 사용해도 문제없습니다. 또 증여재산이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꼭 현금으로만 증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동산의 일부 지분의 증여나 주식 증여 등에도 공제적용이 가능합니다.

단, 혼인 공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돼 세법상 열거된 특정 증여거래의 경우 공제적용이 불가능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부모님에게 빌린 차입금의 면제, 고저가 양수도, 부동산 무상사용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증여금액 1억원을 꼭 한 번에 받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 번에 걸쳐서 받더라도 기한 내라면 총 1억원까지 공제적용이 가능합니다.

Q. 3억원까지는 공제금액이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당황스럽네요. 당장 집을 꼭 사야 하니 돈이 필요한데요. 증여세를 아낄 수 있는 절세방안은 없을까요?

A. 소득이 있어 상환능력이 있는 자녀에게 자금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주택 취득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대여해주고 이자와 원금을 긴 기간에 걸쳐 상환받는 것이지요.

단, 세법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대여거래는 우선 증여로 추정합니다. 이때 증여가 아님을 입증하는 책임은 납세자에게 있으므로 해당 거래가 증여가 아닌 대여 거래임을 입증할 수 있는 차용증을 작성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차용증은 꼭 공증을 받아놓을 필요도 없고 별도 서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양식을 사용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대여 거래임을 금융 거래내역으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자금 대여 시 계좌를 통해 이체하고 차용증에서 정한 이율에 해당하는 이자와 원금을 상환받는 내역을 남겨 두셔야 합니다. 세법에서 정한 적정 이율은 연 4.6%이나 실제 주고받은 이자와 적정 이자의 차이가 연 10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해당 대여거래에 대해 증여로 과세할 수 없습니다.

즉, 1억5000만원을 자녀에게 대여 시 1%의 이자만 받더라도 1억5000만원에 대한 적정이자(1.5억*4.6%=690만원)와 실제 수령한 이자(1.5억*1%=150만원)의 차이가 1000만원을 초과하지 않습니다. 이에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때 부모가 수령하는 이자는 이자소득으로 27.5%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판단 시 해당 이자소득도 과세대상에 포함된다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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