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선서하는 중국 유치원 학부모들. [홍콩 성도일보]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중국의 한 유치원에서 신입원생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다쳐도 화내지 않겠다'는 내용 등을 포함해 이른바 '갑질 부모'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집단 선서를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시대착오적인 내용의 선서를 강요한 유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해당 유치원장에게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5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중국 산시(山西)성 윈청(運城)시의 한 유치원은 지난 2일 개원일을 맞아 개최한 학부모 간담회에서 학부모 수십명에게 오른손을 가슴에 올린 상태로 집단 선서를 하게 했다.
이른바 '곰부모(熊父母)가 되지 않으려면 나부터 시작하라'는 제목이 붙은 선서에는 유치원 교사들의 지도에 철저히 따르고 무리한 요구나 갑질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컨데, 선서에는 "아이가 놀다가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다쳐도 화내지 않을 것", "우리보다 더 많은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선생님의 체면을 절대로 구기게 해서는 안된다" 등 과하고 부적절한 내용이 담겼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에서 '곰부모'란 인터넷상에서 말썽꾸러기를 일컫는 '곰어린이'(熊孩子)에서 따온 말로, 교사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자주 해 말썽을 일으키는 학부모를 지칭한다.
한 자녀 정책을 오랫동안 시행해 왔던 중국에서는 '소황제'로 불릴 정도로 외동 자녀를 각별하게 키우는 부모가 많아 교사들의 스트레스도 덩달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선서 장면은 참석자 중 누군가가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인터넷에 퍼진 영상에는 '학부모들이 괴물부모(怪獸家長)가 되기를 거부하는 선서를 했다'는 제목이 붙었다.
결국 "시대착오적인 내용의 선서를 강요했다"며 해당 유치원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논란이 커지자 윈청시 교육당국은 조사팀을 꾸려 사건 조사에 나섰다.
교육당국은 해당 유치원의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원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