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등 유럽파…체력·컨디션 관리 관건
살인적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일정을 성공적으로 소화하려면 무엇보다도 태극전사들의 ‘체력 관리’가 최우선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은 18개국이 여섯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팀당 홈 앤드 어웨이로 10경기씩을 치른다. 두 경기씩, 다섯 차례 A매치 기간에 걸쳐 소화한다.
한국은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함께 B조에 묶여있다.지난 6월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가 나왔을 때만 해도 한국의 조 편성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낙 껄끄러운 상대인 데다 일정 관련 불확실성이 높기도 한 북한, 강호 호주 등을 피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막상 3차 예선 경기 일정이 시작되자, ‘중동 국가’하고만 한 조로 묶인 게 한국에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홈, 원정 경기를 한 번씩 소화해야 하는 일정은 특히나 버겁게 느껴진다. 3차 예선은 올해 9월, 10월, 11월, 그리고 내년 3월, 6월 A매치 기간에 진행된다. 이 중 11월은 원정(쿠웨이트, 팔레스타인), 내년 3월은 홈(오만, 요르단) 경기만 소화한다.
나머지 3차례 A매치 기간엔 홈, 중동 원정 경기를 묶어서 치르게 돼 있다. 전열의 핵심이 유럽파인 홍명보호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생체 리듬이 유럽 시간대에 맞춰진 선수들이 중동과 한국을 약 5일 간격으로 오가며 경기를 소화하는 건 벅찬 일이다.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팔레스타인과 1차전은 이런 난점이 드러난 경기이기도 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유럽파 핵심 자원들은 주말 소속팀 경기를 소화하고서 팔레스타인전 이틀 전인 3일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제대로 발을 맞춘 건 4일에 진행된 훈련 한 차례뿐이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후반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8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오만과 3차 예선 2차전을 준비 중인 홍명보 감독은 두 선수의 ‘실책’에 대해 체력적인 부분도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체력적인 부분이 결과적으로 집중력으로도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체력 문제의 영향이 좀 있었을 것이다. (정상이었다면) 그런 것들을 놓칠 선수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파 선수들이 13∼15시간 비행해서 한국에 오고, 하루 훈련하고, 그다음 날 경기를 치르고, 그다음 날 쉬고, 다시 다음날 10여시간 비행해 중동으로 왔다. 체력, 시차 관리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3차 예선 일정을 바꿀 수는 없다. 이에 맞춰 선수단을 운영하는 건 홍 감독의 몫이다. 유럽파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관리하면서 기세가 좋은 K리거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는 등의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평시 유럽에 머물면서 최신 전술 트렌드 파악에 더해 유럽파 상태를 체크하는 업무까지 맡는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무스카트(오만)/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