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진료 지원(PA) 간호사’ 합법화 근거를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가결된 후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기뻐하며 퇴장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간호사들의 ‘19년 숙원’ 간호법이 통과됐지만, 현장 간호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번에 통과된 간호법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위한 법이지, 현장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간호법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PA 간호사가 합법적인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PA 간호사는 의료 현장에서 특수검사나 시술 등 의사의 업무 중 일부를 대신 수행한다.
그간 한국에 PA 간호사 관련 법이 없었던 탓에 이들은 불안정한 지위를 호소해 왔으나 간호법 통과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간 반대해 온 간호법을 ‘의대 증원 정책’으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전공의들이 올해 2월부터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공백을 PA 간호사로 채우면서 정부는 PA 간호사에게 합법적으로 지시를 내릴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정된 간호법에서는 진료지원업무가 간호사의 업무로 명시됐다. 문제는 의료 공백이 길어질수록, PA 간호사들은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 수행하는 대체 인력화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간호계는 간호법 제정이라는 명분만 챙기고, 병원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한층 더 PA 업무로 내몰릴 상황만 맞은 셈이다.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사실 간호법이 적용된다고 현장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라며 “이번에 통과된 간호법도 사실 PA 간호사를 위한 법이지, 현장 간호사들이 원하는 바는 담기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빅5’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B씨는 “PA 간호사로 일하는 동료가 점점 업무가 과해지고 있다고 하더라”라며 “전공의들을 PA 간호사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2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 |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더라도 업무 범위를 제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방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C씨는 “시범 사업상 PA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굉장히 넓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제한해 줄 필요가 있다”라며 “간호사가 하면 안 되는 직무까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데, 진료지원 업무가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좁히지 않으면 의료사고 등의 문제가 반드시 생길 것”이라며 “이러다간 앞으로 PA 간호사가 전공의들을 가르치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간호법의 핵심이 빠져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에서 간호장(수간호사)으로 일하는 D씨는 “원래 기존 간호법의 핵심은 간호사의 활동 영역을 늘리는데 있었는데, 통과된 법에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라며 “간호행위가 반드시 의료기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내용을 넣었어야 했다. 현장 간호사에겐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아쉽다”라고 했다.
정부는 재시행 중인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현장 의견을 반영해 업무 범위를 최종적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간호법은 2025년 6월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