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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러시아 등과의 경쟁에 맞서기 위해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자국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실제 성사된다면 투자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국부펀드는 국가 재산 증식을 위해 정부가 소유하고 투자하는 기금을 뜻한다. 그동안 미국은 “국부펀드의 존재는 글로벌 무역과 투자를 왜곡한다”며 “국부펀드가 불공정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중동발(發) 지역 긴장 고조에 더해 미국 또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커지며 국부펀드 설립 논의가 구체화되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16일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에서 최근 수개월 동안 국부펀드 설립 초안을 마련해왔다. 미국 국부펀드 설립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언급해 각 진영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의제로 풀이된다.
다만 설립논의가 시작됐을 뿐 아직 청사진이 구체화된 상황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기금 구조와 자금조달 모델,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활발하게 논의 중”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각국 국부펀드의 투자 재원은 석유·천연가스·외환보유액·연금 등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기초자산 등을 활용해 기금 골격을 세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노르웨이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미국이 노르웨이정부 연기금글로벌(GPFG)의 AUM 1조30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을 조성할지 여부도 관심사 중 하나다.
미국과는 달리 전 세계 약 50여개국은 국부펀드를 운용해왔다. 운용자산(AUM)이 1000억 달러를 넘는 국부펀드는 20여개에 달한다. GPFG를 비롯해 중국투자공사(CIC),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이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싱가포르 계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한국 시장에서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는 투자자이기도 하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국내 회사의 주요지분 혹은 경영권지분이 매물로 출회됐을 때 GIC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단골 손님’ 중 하나다. 우리나라 역시 AUM 기준 상위 랭커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기준 1894억 달러를 운용하는 ‘큰 손’ 펀드에 이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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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규모만큼이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투자 분야다. 각국 펀드는 전략에 따라 투자처를 달리한다. 대체로 기업 및 부동산,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는데 핵무기·석탄·담배 등 세계경제를 위협하거나 환경오염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에 저해되는 분야는 투자 목적물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경우 국부펀드가 조성된다면 주요 투자대상이 중후장대 산업군 및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국부펀드가 특수선박 제조, 핵융합, 핵심광물 등 진입장벽이 높은 부문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근간이 되는 제조업이나 기초자산 등을 우선 검토해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부펀드가 특정 분야의 대규모 자산을 사들일 경우 해당 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글로벌 자산의 가격 거품을 조성할 위험으로 이어진다. 다만 이미 진입장벽이 높은 부문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아 가격 급등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알려졌다.
물론 국부펀드 설립 현실화 가능성에 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국이 이미 주(州) 정부 기금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국부펀드 필요한 지 여부에 대해 정당성을 얻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주 단위 펀드를 23개 운영하고 있다. 알래스카영구기금의 규모가 주 정부 펀드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알려졌는데, 설립연도 또한 1976년으로 그간 축적한 역사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가 전략적 의제관리에 나섰다는 관전평 또한 나온다. 표심을 다지기 위해 설익은 의제를 끌어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국부펀드 설립에 대한 파이낸셜타임스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알려진 정보가 제한적이라 전망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유동성 공급을 늘려준다면 세계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 동향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