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태영·SK 전략적 동행…국내 투자 입지 지킬까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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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올해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행보에 주목도가 높았다. 인프라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인 태영과 SK그룹의 구조조정에서 전략적으로 파트너십을 이어가면서 분쟁을 차단했다. 그만큼 한국시장에서 투자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태영그룹과 함께 매각한 에코비트의 거래를 두고 이해관계자 사이 갑론을박은 진행형이다. 실리만 챙겼다는 지적과 오히려 실리를 포기했다는 평가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KKR의 투자 입지를 지켜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해 태영그룹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는 KKR과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TY홀딩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해 왔다. 최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에코비트 지분 100%를 2조7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협상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매각 대금은 KKR 측이 상당 부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Y홀딩스에 사모대출 형태로 빌려준 원금만 4000억원이며 지연이자를 고려하면 원리금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KKR은 에코비트 공동 처분에 동의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을 선취하는 조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태영그룹의 채권단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그룹의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에서 출발했다. 태영건설은 현금 고갈로 워크아웃을 개시했고 TY홀딩스는 에코비트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해 태영건설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자구안으로 제시했다.

태영그룹이 재무적 위기에 빠진 순간부터 KKR은 담보권을 실행해 에코비트를 100% 소유할 수 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태영 측과 동행해 에코비트를 함께 매각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다만 KKR이 태영으로부터 보장 받은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KKR은 대여금 회수와 투자 수익률을 챙기면서 태영 측 유동성 확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영에 이어 SK그룹의 구조조정에서도 KKR은 캐스팅보트를 쥔 채권자였다. SK E&S에 총 3조1350억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투자금 상환기일은 남아 있었으나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을 앞두면서 KKR의 투자 기초 자산이 변경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KKR은 즉시 투자금 상환을 요청하거나 거래 조건에 따라 SK E&S의 도시가스 자회사 7곳을 현물로 상환 받을 수 있었다. 다만 SK 측의 설득에 따라 SK E&S를 투자를 '합병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에 승계하는 방안에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KKR의 인수금융 대주단을 상대로 투자 승계를 설득하는 추가 과제가 남아 있다.

시장 관계자는 “KKR이 기업과 척질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투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무형의 리스크를 감안한 것”이라며 “여러 평가가 있지만 고금리 시기 에코비트 매각에 동의한 것은 일정 부분 실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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