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기 사용량 빠르게 증가에도 7년째 누진요금제 그대로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냉방 수요 등으로 일반 가정의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빠르게 늘면서 7년째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 누진제 전기요금은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2016년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큰 개편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냉방비 폭탄' 우려가 커지자 100kWh(킬로와트시) 구간별 6단계로 구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200kWh 단위 구간별 3단계로 개편했다.

가장 낮은 구간 요금 대비 가장 비싼 구간 요금의 비율인 누진 배율이 기존 11.7배에서 3배로 대폭 낮아지는 등 가정용 전기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이어 2018년 추가로 냉방용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철인 7∼8월에 한해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확대해 국민의 냉방비 부담을 낮췄다. 이후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는 2018년 이후 7년째 동일 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kWh 이하(1kWh당 120원) ▷300kWh 초과 450kWh 이하(214.6원) ▷450kWh 초과(307.3원) 등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이 무겁다.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땐 910원으로 가장 낮지만, 300kWh를 넘으면 1600원으로 오른다. 450kWh를 초과하면 7300원이 적용된다. 즉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은 300kWh, 450kWh 선을 넘는지에 따라서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다.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일부 가정에 경제적 불이익을 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경제력 향상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 전자제품 사용 확대 등 구조적인 경제·사회적 변화로 일반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기 사용량이 과거 '과소비 문턱'으로 여겨진 300kWh, 450kWh를 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가거나, 2단계에서 최고 구간인 3단계로 올라가게 되면 전기 사용량 증가보다 전기요금 인상 폭이 한층 가팔라진다. 최근에는 최고 구간 진입 문턱인 월 450kWh의 전기 사용량을 ‘과소비’로 보기도 어렵게 됐다.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kWh이다. 가장 최근인 2023년 에너지총조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평균 4인 가구 전기 사용량은 이미 500kWh에 가까워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전 통계로는 올해 8월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은 2020년 8월 대비 약 31%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을 2020년 에너지총조사 결과에 대입하면 올해 8월 4인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이 누진제 최고 구간에 진입해 500kWh를 훌쩍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산도 가능하다.

따라서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누진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여름철 폭염으로 정부가 7∼8월 하계 특별요금 구간을 적용 중이고 취약계층 전기료 등으로 약 7천억원을 지원 중이긴 하지만,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누진 요금제가 정책 의도와 달리 이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작다는 학계의 분석도 있다. 전남대 배정환 교수 연구팀은 한전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효과와 동적 요금제 도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2016년) 누진제 완화와 (2018년) 누진 구간 확대로 냉방용 수요는 어느 정도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누진제 완화에도 큰 수요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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