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는 화면이 나오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금리인하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미 인하를 시작한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 주요 중앙은행들도 추가 금리 인하가 관측되며 본격적으로 미국과 통화정책 보조를 맞추게 됐다.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카타르, 사우디, 바레인, UAE 등 중동 국가들도 금리를 인하했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연 4.75∼5.0%로 낮아졌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긴급 대응에 나섰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이후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쳐서 금리를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안정되면서 연준은 고용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8월엔 2.5%로 3년 6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가며 안정되는 추세다. 반면 고용 시장에선 7월 실업률이 4.3%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예상보다 냉각 속도가 빠른 징후가 나타났다. 8월 일자리 증가 규모도 14만2000명으로 직전 12개월 평균에 크게 못 미쳤고, 7월 고용지표도 불안한 수치가 나오자 8월 초에는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연준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 역대 최고 수준이던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고, 이달 12일에도 예금 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내리는 등 정책 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금융시장에선 ECB가 일단 10월은 건너뛰고 12월에 한 차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금리 결정 다음 날인 13일 헝가리에서 개최된 유로 지역 재무 책임자 회의에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경우 10월 금리인하를 고려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다음 회의 때가 돼야 종합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달 4일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6월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2년 3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돌리는 등 총 3회 인하했으며 다음 달에도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
영국중앙은행(영란은행)은 8월에 기준 금리를 연 5.0%로 0.25%포인트 내리며 방향을 틀었고, 곧이어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도 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며, 연내 추가 인하 전망이 나온다.
이날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자 중동 국가도 금리를 인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카타르 중앙은행은 주요 정책금리를 0.5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는 5.70%, 예금금리는 5.20%,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에 적용되는 레포금리는 5.45%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레포금리를 5.50%로 0.50%포인트 인하했으며, 바레인은 익일물 예금금리를 5.50%로, 아랍에미리트(UAE)는 4.90%로 각각 0.50%포인트 내렸다.
카타르, 사우디, 바레인, UAE는 자국 통화 가치를 미국 달러화에 연동하는 방식의 고정환율제(달러 페그)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연준의 움직임에 따라 금리를 올리거나 낮춰야 한다.
쿠웨이트 중앙은행도 시중은행이 대출을 받을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 금리를 4.00%로 0.25%포인트로 낮췄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쿠웨이트는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를 포함하는 통화 바스켓에 따른 고정환율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오랫동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일본만이 전세계 중앙은행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월 기준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하며 3월에 이어 두 번째 인상을 단행했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원이 오는 19∼20일 동결을 예상했고, 54%가 연내 추가 인상을 기대했다.
상대적으로 시장 전환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은행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며 물가만 보면 인하 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 위원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1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관해 우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