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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의 한 50대 배달원이 자신의 전동 오토바이에 누운 채 그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비롯한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항저우시 위항구 한 아파트단지 부근에서 한 남성이 오토바이에서 잠에 들던 중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올해 55세의 위안씨로 배달업 종사자다.
주변 동료들에 따르면 원래 이 남성은 이 구역 ‘배달왕’으로 불리며 평소에도 오토바이 위에 자주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배달 주문이 뜨면 바로 배달을 갈 정도로 쉴 새 없이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9시께 주문을 처리한 뒤 오토바이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이튿날 오전 1시께 그가 일어나지 않고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자 행인들이 근처 경비원에 알렸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그의 사망사실을 알렸다. 발견 당시 남성은 두 팔이 아래로 쳐졌고 입은 벌어진 상태였다.
경찰과 위항구 당국은 10일 위안씨의 죽음에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으며 유족들이 플랫폼, 보험사 등과 협의해 장례를 치렀다고 전했다. 고인의 사생활 등을 고려해 추가 정보는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계정을 운영하는 시민기자들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위안씨가 죽기 직전까지 장시간 노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의 동료 배달 노동자 후모씨는 “평소 하루 500위안(약 9만원)을 벌어야 퇴근하고 비가 오면 700위안(약 13만원)을 벌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 당일) 평소처럼 길에서 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경찰통제선이 쳐진 것을 보면서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상업지구 대형 약국에서 일하는 장모씨는 “그는 하루 16시간 일한다. 오전 5~9시 일하고 2시간 쉬고, 낮 12시~오후2시, 오후 5~10시, 밤 12시부터 오전 2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자고, 다시 오전 5시에 일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다. 이달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거주지가 외곽에 있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위해 더 많은 배달을 한 뒤 가끔 근처 쇼핑몰에서 쪽잠을 자면서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이번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업계 종사자와 시민들의 애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에서 45세 이상인 배달원에게는 주문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소문이 나왔다.
업체는 즉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배달원 사이에 퍼진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이퇀 규정에 따르면 배달원의 나이 규정은 18~60세까지다.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배달업 종사자는 약 20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경쟁은 치열해지고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 종사자가 늘어나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해야 이전 같은 수입을 거둘 수 있다.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메이퇀 소속 근로자의 경우 근무시간이 10~12시간이 넘어갈 경우 업체 측에서 강제로 주문을 막는다. 그러나 이번에 사망한 위안씨처럼 여러 플랫폼 배달을 동시에 받는 종사자의 경우 근무 시간이 10시간이 넘으면 ‘피로 경고’ 문구가 뜨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할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