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노총이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23일 “졸속적으로 추진된 정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에 따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숙소에서 이탈해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과 노동조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노총은 “‘외국 인력’을 지렛대 삼아 돌봄 서비스 분야 비공식 시장을 확대하려 이번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의 후과는 명확했다”면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파트타임으로 일할 경우 주40시간 근무가 확보되지 않아 약속된 수준의 급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반대와 우려대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자금문제로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저임금과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공식 돌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해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이탈자가 발생하는데,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돌봄 서비스 분야 외국 인력 도입 사업은 결국 돌봄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출생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오히려 이렇게 졸속적으로 추진된 무분별한 외국 인력 도입은 국내 노동자 일자리의 임금과 노동조건까지 함께 악화시켜 지금도 심각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뿐”이라며 “정부는 노동계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돌봄 서비스의 질과 가사관리 노동자의 노동권이 함께 신장되는 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