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딥페이크 주번 박모(40)씨. [서울경찰청 제고 ]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주변 지인의 얼굴을 음란 영상·사진에 합성해 2000여개에 달하는 허위영상물을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주범 박모(40)씨가 “이정도는 괜찮지 않나 하는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며 오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 박준석)는 26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박 씨와 공범 강모(31)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범행기간이 장기이고 영상물 개수가 매우 많다. 피해자들이 긴 시간 불안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박 씨와 강씨에게 각각 징역 10년, 6년을 구형했다.
이어 검찰은 박 씨에 대해 “재판 내내 괴로운 표정을 짓거나 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인지 피해자들에 대한 온전한 반성인지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씨측은 2008년부터 불안 장애 등으로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수 사진·영상을 제작·배포한 것은 맞지만 상습범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강 씨측은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포할 의사는 없었으며, 피해자 1명과 합의했다고 했다.
박 씨는 이날 구속된 상태로 법정에 입정하면서부터 줄곧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흘렸다. 최후 진술을 하면서 죄수복을 끌어올려 눈물을 닦기도 했다. 박 씨는 방청석을 향해 허리숙여 사과한 뒤 “피해자들이 고통받기를 원하거나 삶이 피폐해지기를 바란게 아니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하는 어리석은 판단이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우월감을 느끼려 했던게 아니었다”고 했다.
강 씨는 미리 준비한 진술서를 꺼내 읽으며 “제가 저지른 범행 때문에 죽고 싶을만큼 고통스러웠다. 피해자분들이 겪은 고통에 비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인 불행을 핑계로 피해자분들께 지울 수 없는 상처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정명화 법률사무소 이채 변호사는 피해자를 대신해 탄원서를 읽었다. 정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고 가해자를 추적하고 사법 절차를 밟은 이유는 오직 한가지다. 그 누구도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된다”며 “저희는 누군가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이 아닌 인격체”라고 전했다.
조윤희 법률사무소 이채 변호사는 “어머니와 있는 사진을 올렸다가 해당 사진이 포르노그래피에 합성된 피해자, 임신 중인 사진이 합성돼 아이에게까지 피해가 갈까 두려움에 시달리는 피해자, 배우자를 불신하게 돼 혼인관계가 파탄이 난 피해자 등 피해자가 다수”라며 “피해자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우리 사회 정의감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박 씨와 강 씨에 대한 선고 기일은 오는 10월 30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5월 박 씨가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성의 졸업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로 음란물과 합성해 소지·배포한 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는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 6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