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이혼을 소재로 하는 TV예능물들이 부쩍 많아졌다. 연애 프로그램도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들이 맹활약한다.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JTBC ‘이혼숙려캠프’, TV조선 ‘이젠 혼자다’, MBC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등등이 요즘 방송된 이혼 관련 콘텐츠들이다. 2022년에는 이혼한 연예인이나 셀럽 부부가 다시 한 집에서 생활해보는 모습을 관찰하며,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TV조선 이혼 리얼리티 ‘우리 이혼했어요’도 있었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유명인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파격적인 콘셉트의 ‘가상 이혼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멸종동물 같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고압적인 중년 남편 고민환-여기에 열 받으면서 결국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이혜정, 이 중년부부는 요즘 오키나와 여행을 하며 티격태격하면서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
‘결혼 14년차’ 최준석-어효인 부부는 치킨(외식비) 문제로 싸운 나머지 최준석이 처음으로 가출까지 하고 나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최준석은 부부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갑자기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결혼 37년 차’ 부부인 로버트 할리는 5년전 마약사건으로 백수로 살게돼 생계가 힘들어지면서 아내 명현숙 씨와 갈등이 잦아졌다. 거기에 할리는 희귀 신경암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혼숙려캠프’는 끊임없이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와 욕하는 남편 등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이 나오고 있다. 이호선 상담가, 심리극 전문가 뿐만 아니라 MC 서장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애프로그램도 돌싱들이 시청률을 높여주고 있다. ‘나는 솔로’가 자주 돌싱특집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솔’은 이제 돌싱특집을 내보낼때 ‘특집’이라는 단어를 빼야 할 것 같다. 물론 ‘짝’ 시절부터 시청률이 저조하면 돌싱특집을 내보내곤 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나는 솔로’ 22기 돌싱편에서는 11년차 변호사 정숙이 ‘돌돌싱’임을 밝혔다. 정숙은 “수감 중이던 의뢰인을 사랑하게 돼 혼인신고를 했고, 소송 끝에 지난 해 12월 ‘돌돌싱’이 됐다”고 전했다.
‘돌싱글즈6′는 시즌5가 끝난 지 두 달만에 돌아왔는데도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창현 아나운서는 마음에 두고 있는 진영의 직업이 쇼호스트임을 알고 혼란에 빠졌다. 보민은 정명의 첫인상 1순위가 자신이 아님을 알게됐고, 정명도 말을 걸고싶은 희영의 첫인상 1순위가 자신의 후배인 진영임을 알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TV예능들이 서로 앞다퉈 이혼을 주제로 한 콘텐츠들을 내보내고 있을까? 1년전 ‘나는 솔로’ 16기 솔로특집에 출연한 영숙을 기점으로 예능소비가 도파민 분출로 바뀌었다는 진단들이 나왔지만, 이 한가지 에피소드일 수만은 없다.
TV 예능이 관찰예능으로 바뀐 지는 오래 됐음에도 ‘나 혼자 산다’와 같은 밋밋한 형식을 고수하기는 어렵다. 유튜브와 숏폼에는 매운 맛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이럴 때 ‘리니어 미디어’가 포착해 낸 것이 ‘이혼’이다. 이혼은 남의 연애,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데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저들은 무슨 사연이 있었고 왜 이혼했을까”가 궁금하다.
이혼 관련 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이 많이 보는 것 같지만 젊은이들도 좋아한다. 이혼을 꿈꾸는 사람도 많고, 결혼을 안하겠다는 사람도 이혼관련 프로그램은 시뮬레이션 차원에서 궁금할 수 있다.
이혼 관련 콘텐츠들을 보면서 “저러니까 이혼하지”라고 공감할 수도 있다. 두번째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흥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이혼관련 프로그램이나 ‘연프’ 돌싱 출연자들은 거침이 없다. 앞뒤를 재는 게 없다. 스킨십도 하고, 마음에 들면 바로 재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출연자도 적지 않다. 성급한 게 아니라 현실적이어서다.
‘연프’ 돌싱편은 선남선녀편과는 다르다. 1~2회에서 이혼사유를 공개하는데, 여기서 서로 눈물을 뽑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부끄러움 따위는 없다. 돌싱글즈6의 진영은 “불륜녀를 신혼집 창고서 발견했다”고 밝힌다. 심장에 신호가 오듯 설레이는 ‘하트 시그널’류와는 다른, 진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돌싱들이 출연하면 “가지 말고 가만히 있어. 누나 무섭다”(상철에게 정희가 한 말) 정도의 멘트가 나온다. 이쯤 되면, 거의 ‘누나라이팅’ 아닌가.
미혼자들이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은 출연자중에서 확실한 캐릭터가 있으면 성공하는데, 제작진도 그것을 장담하기 힘들다. 돌싱은 그 자체가 자극적이다. 예쁘고 샤방샤방하고 핫한 것은 ‘하트 시그널’에서 다 봤다. 제작진이 갈수록 ‘파격’과 ‘자극’ ‘독성’을 찾아나서는 것 같아, 개운하지만은 않다.
OTT는 찾아가서 보는 매체이기 때문에 ‘하트 시그널’을 볼 수 있지만 지상파나 케이블 등 리니어 미디어처럼 틀어놓고 보기에는 돌싱이 유리하다. 여기서는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느낌이 나는 ‘하트시그널’류보다는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우리와는 문화가 다른 일본에서는 돌싱 연애가 아니어도 자극이 제법 세다. ‘환승연애’를 리메이크한 아마존 프라임 ‘러브 트랜짓’ 시즌2에는 자신이 바람을 펴 남친과 헤어진 여성이 X와 함께 출연했는데, 그렇게 많은 욕을 먹지 않았다.
이혼 관련 콘텐츠가 많은 건 실제 이혼을 많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혼률이 급증하는 건 누구나 알고있는데, ‘연프’에서 이혼사유를 공개하는 걸 보면 참고 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혼을 KTX보다 빠르게 한 커플도 많았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정리하고 각자 갈 길을 간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굿파트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제 이혼은 ‘개론’이 아닌 ‘각론’에 접어든 시대가 됐다. 중요한 것은 ‘이혼’ ‘재혼’ ‘돌(돌)싱’이 아니라 ‘나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