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차 현직 경찰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을 탄핵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국회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조지호 경찰청장.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27년 차 현직 경찰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을 탄핵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국회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경찰이 본인 이름을 내걸고 ‘경찰청장’ 탄핵을 요청한 것은 사상 최초다. 해당 경찰은 조 청장 탄핵 청원 근거로 최근 시행된 ‘지역관서 근무감독 체계 개선 제도’를 꼽았는데,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경찰 조직에 짐을 과중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탄핵 청원으로 ‘현장 활력소 게시판’과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 등에는 취지에 공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는 등 경찰 내부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반면 ‘탄핵이 말이 되느냐’ 등의 말도 나오고 있어 해당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이 경찰청장 탄핵 청구를 요구하며 올린 글. [김건표 경감 제공] |
김 경감은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자(조지호 경찰청장)가, 오히려 경찰관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적었다.
김 경감이 청원을 올린 이유는 경찰청이 최근 시행한 ‘지역 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이 경찰관들의 업무를 과중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해당 대책은 지난 8월 경남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고 이후 파생된 것으로, 경찰청은 지난달 26일부터 현장 경찰관들에게 2시간마다 순찰차 위치와 정차 사유를 기록하고, 무전으로 수시로 위치·업무 상태를 보고하도록 했다.
김 경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 현장은 24시간 돌아가는 전쟁터나 다름없는데, 특정 사건 때문에 모든 현장 경찰을 힘들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라며 “경찰관의 순직률이나 자살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탄핵 청원으로) 징계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역관서 근무감독 개선 대책이 지난 7월 열흘 사이 현직 경찰 세 명이 과로사 또는 자살로 목숨을 잃는 등 경찰 과로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 역행하는 지시라는 의미다. 김 경감의 글은 청원 대상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인 100명 동의를 1시간 만에 채운 뒤 ‘청원 요건 검토’ 단계에 들어가 현재 노출되지 않는 상태다. 검토가 완료된 뒤 청원 글로 등록된 후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 해당 글은 현재 검토 중으로, 검토가 완료된 뒤 청원 글로 등록된 후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된다. [김건표 경감 제공] |
김 경감의 글을 두고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갈린다. 지지를 보내는 경찰들은 “조 청장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일선 경찰들의 근무환경을 악화하고, 행복 추구권을 무시하는 정책만 펴고 있다. 경찰의 가장 큰 내부의 적”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탄핵 청원’ 관련 글이 10개 이상 공유되면서 인기글에 올라와 있다.
반면 청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선 경찰 A씨는 “현직 경찰청장 탄핵 청원이 국민공감을 얻기는 어렵다”라며 “애초부터 지역관서 근무 대책 개선이 나온 이유가 ‘일부 경찰의 태만’이다. 빈틈없이 일을 하라는 지시가 탄핵 이유가 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 법적 근거도 없는데 경찰 망신”이라며 “우리는 늘 국민 앞에서 힘들게 일하는 조직일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