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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차세대칩으로 계속 오르는데,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엔비디아 납품 완전 확정 아니고는 주가 못 오르는 건가요?” (온라인 주식거래앱 커뮤니티)
글로벌 AI 랠리 선두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차세대 AI 칩 ‘블랙웰’ 수요가 강력하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덕분에 급등세를 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3일 미 뉴욕증시(NYSE)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3.3% 오른 122.85달러(16만552원)에 거래됐다.
전날 정규장에서 1.58% 오른 데 이어 상승폭이 더 커졌다. 장중에는 4% 이상 상승한 124달러 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상승은 황 CEO가 신제품인 블랙웰 칩 수요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웰은 H100과 H200 등 엔비디아의 호퍼 칩에 이은 차세대 AI 칩으로 4분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황 CEO는 전날 방영된 미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블랙웰을 완전히 생산 중이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다(insane)”며 “모두가 최대한 (물량을) 원하며 가장 먼저 받고 싶어 한다”고도 했다.
CNBC 방송은 블랙웰의 가격은 대당 3만∼4만 달러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의 기업과 챗(Chat)GPT, 코파일럿 등의 제품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다른 기업들로부터 뜨거운 수요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에 힘입어 같은 시간 대만 TSMC 주가도 2.0% 오른 179.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을 생산하고 있다.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51% 오른 5125.21에 장을 마쳤다.
이날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 대표 반도체 지수의 상승세는 국내 증시에서 약세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엔 긍정적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0.33%(200원) 하락한 6만1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장 초반 5만9900원까지 밀리며 주가가 6만원을 밑돌기도 했다. ‘6만전자’가 붕괴된 것은 지난해 3월16일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삼성전자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27억원, 1543억원 규모의 순매도에 나서면서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외국인은 18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팔자’ 공세를 이어가며, 이 기간 동안에만 무려 8조8712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계를 중심으로 비관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들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점을 뚫고 내려가면서 회의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종목토론실에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I칩 제조 과정에서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사실상 내준 탓에 엔비디아발(發) AI 랠리에서도 삼성전자 주가가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시간이 지날 수록 증명 중”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15일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와 ‘메모리,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Winter always laughs last)’ 보고서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비관론에 불을 지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내려잡았다. 맥쿼리도 2일 삼성전자에 대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이 발생해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하면서 전방 산업의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48.8% 하향 조정했다.
반면, 국내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내려 잡으면서도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 대비 현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치)는 9만8360원이다. 불과 2개월 전 최고 13만원까지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것을 생각하면 큰 폭으로 내려 잡은 수치다.
최근 발표된 반도체 9월 수출 규모는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반도체에 대한 비관론이 수그러들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3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한 366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HBM3E(5세대 HBM)의 엔비디아 양산 퀄테스트 완료’와 ‘D램 업황 양호’라는 안도감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삼성전자의 12개월 PER(주가순자산비율)은 1.1배로 금융위기(2008년)와 중국 및 인텔의 메모리 시장 진입(2015년), 코로나19 경제 위기(2020년), 영업적자 우려(2022년)가 있었던 시기의 최하단 수준에 위치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