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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4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시장에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 연말부터 진출 예정인 로보어드바이저(RA) 기업의 일부 알고리즘 수익률이 국민연금 수익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디셈버 ISAAC 자산배분 해외형’의 수익률은 16.7%을 기록했다. 쿼터백자산운용의 ‘쿼터백 글로벌 자산배분 해외상장 ETF’ 또한 같은 기간 16.5%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두 알고리즘은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연기금의 환헷지(위험회피)를 고려한 해외투자 종목이면서 자산배분 상품으로, 지난해 국민연금 금융부문 운용수익률(14.14%)보다 높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노후자금인 퇴직연금 운용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에 이어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기금형 제도 도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1000조원에 가까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위험도가 높은 주식과 대체투자에 투자하고 있는데, 특히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이 비중을 2025~2029년까지 35.9%로 늘려가기로 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도 해외 투자 비중이 큰 알고리즘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디셈버앤컴퍼니에 따르면 ISAAC 자산배분 알고리즘은 글로벌 자금 배분 현황을 고려하는 자산 배분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 ISAAC은 주식, 채권 등의 자산군별 비중을 다양한 거시 경제 지표와 시장 지표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자금이 배분된 현황과 유사하되,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결정한다.
RA의 경우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장기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퇴직연금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업계 관계자는 “RA 알고리즘은 설계 단계부터 시장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한 우수한 방어력을 갖도록 만들어진다”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리스크 할당 방식의 자산 배분 모델을 채택해 장기투자에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만큼 퇴직연금 관리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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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와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등 투자자 선택 폭이 넓어지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투자 활성화와 수익률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380조원에 달했지만, 연평균 수익률은 2%대로 저조했다.
정부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목적으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를 활용하는 가입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디폴트옵션 제도 가입자 현황을 살펴보면 86.5%가 원금보장형을 선택했고, 이들의 1년 수익률은 3.47%로 퇴직연금을 통한 노후자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올해 연말부터 개인연금(IRP)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디셈버앤컴퍼니, 업라이즈투자자문, 콴텍투자일임, 쿼터백자산운용, 파운트투자자문 등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지난달 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마쳤다. 이들은 대부분 시중은행과 함께 퇴직연금 투자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투자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위험 수준’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고객 서비스를 더 넓히는 것은 의미 있는 혁신”이라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좋은 성과를 내서 장기적인 변동성을 감내하고 장기간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약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어느 정도 리스크를 취하지 않으면 수익률은 절대 올라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 참여자로)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국민 개개인이 건강한 수준의 위험을 취할 수 있게 되고, 수익률은 올라갈 것이 명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