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요리사들이 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는 6명의 요리사가 함께 100인분의 요리를 준비하라는 임무를 받아들고 당황해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보다 더한 현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부산은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명이 적정 인원보다 무려 115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수 양산부산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4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산지역 학교급식 노동자 안전보건 실태와 과제' 토론회에서, 부산 지역 급식 노동자 1인당 115명의 식사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적정한 평균 급식 인원은 75명인데, 이보다 40명이나 많은 숫자다.
이 교수는 "부산의 조리원(급식 노동자) 수는 학생 1000명 당 초등학교 6명,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 7명으로,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시도에 견줘 각각 1∼4명이 적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인력 부족은 노동자들의 높은 노동 강조로 이어지고, 결국 산업재해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전국 14개 시도교육청 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 55세 이상이거나 경력 10년 이상인 학교급식 종사자 가운데 폐암 판정을 받은 31명 중 6명이 부산지역 학교 급식노동자였다. 전체 검진자 수와 비교해 폐암 확진자 수를 따져봤을 때 부산이 1위다.
근무 강도가 높은 교실 배식, 식당과 교실 배식을 병행하는 학교는 각각 17.5%, 9.4%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학교별로 식당을 증축해 혼합 배식과 교실 배식의 비율을 점차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전체 식당 배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급식실의 결원 사태와 조기 이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급식 노동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도와 긴장도가 높은 노동이지만,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해 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특히 방학 중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며 많은 인원이 재활을 위해 병원과 한의원에서 치료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방학 중 임금 지급, 임금의 현실화, 발생 빈도가 높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