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가운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드리는 의견'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의료계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정 간 첫 공개 토론회가 10일 오후 열린다.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반복된 입장만 되풀이하고 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는 정부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정부를 대표해서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참석한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측에서는 강희경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위원이 테이블에 앉는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의대 비대위가 대통령실에 제안해 성사됐다.
다만 양측이 제시한 주제는 엇갈린다. 서울대 의대 측은 ▷지속 가능한 의료 체계 구축 방안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 ▷환자 중심 의료 체계 구축 방안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방안을 정부에 질문하며, 정부는 2000명 증원이 왜 필요한지를 밝힐 계획이다.
양측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과 의대생 집단 휴학 등에서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하은진 위원은 지난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멈추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등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하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으면서 투명하게 논의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의 전국 첫 의대생 집단휴학 승인을 두고는 “(대학도) 현재 상황에서는 적절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휴학 승인에 따른 사회적 여파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응급의료상황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이에 장상윤 수석은 곧바로 이튿날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도 논의할 수 있지만, 이미 ‘활시위’를 떠났기에 백지화는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장 수석은 “2025학년도 증원을 의제로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에 대한 (정부의) 답은 이미 의견을 낼 상황이 지나버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휴학 승인에 관해서는 “어떻게 학생들을 조기에 복귀시키고 (교육을) 정상화할 것인지 중지를 모으고 대안을 마련할 시기지, 돌아오지 않을 거를 기정사실화하는 거는 교육자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만큼, 공개 토론회가 반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토론회에 대해 의사 단체 가운데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날 공개 토론회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토론회를 제안한 서울대 의대를 향해 ‘이적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는 “토론회는 그들에게 최종 수시(수시입학 전형) 강행 전 의료계와 소통했고, 의료계 의견을 들었다는 명분만을 줄 뿐”이라며 “서울의대 비대위는 의료농단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의대생들을 대변할 수 없다. 그들의 뜻에 반하는 의료 농단 주범들과 야합하는 이적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 한 명이라도 건드리면 강력히 투쟁하겠다던 약속을 지켜 최후의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