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안 분석…”재량지출 제한해도 감세 탓 나라살림 77조 적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77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25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재량지출을 0.8% 늘리는데 그쳤지만, 국세 수입 부진으로 큰 규모의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내년 예산 심의를 앞두고 국가 전략 목표를 찾기 어려운 예산 편성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 심의가 필요 없는 예비비를 14%이상 대폭 늘려 국회 심의가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증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정 운영 과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량지출 0.8% 증가에 그쳐…국세 수입 큰 폭 감소=16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행한 ’2025년 중앙정부예산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예산안에서 정부가 편성한 총지출은 67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지만, 재량지출은 0.8% 증가에 그쳤다.

반면, 국세 수입은 2022년 396조원에서 2025년 382조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통합재정수지는 마이너스(-)25조6000억원, 관리재정수지는 -77조7000억원으로 예상되며, GDP 대비 -2.9%에 달해 재정준칙을 가까스로 지키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과 고령화에 따른 법적 의무지출 증가를 이유로 재량지출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반영한 예산 증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구소는 "재량지출이 제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의 전략적 목표나 정책적 우선순위를 반영한 예산 배분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R&D 예산 원상회복…국회 심의 없는 예비비 14.3%↑=2025년 예산안에서 가장 큰 증액이 이루어진 분야는 과학기술과 예비비였다. 과학기술 분야는 17.3% 증가해 우주 연구개발(R&D)과 원자력 R&D 중심으로 2조6000억원이 증액됐고, 예비비는 14.3% 증가해 국회의 심의 없이 집행되는 지출이 크게 늘었다. 연구소는 2024년에 감액된 R&D 예산이 2025년 예산에서 원상회복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그 내용은 다소 다르다고 지적했다.

올해에는 중소기업과 탄소중립, 지방 연구 관련 R&D 예산이 크게 감액된 반면, 2025년에는 우주개발과 원자력, 개인 연구 중심으로 R&D 예산이 증액됐다. 연구소는 "R&D 예산의 원상회복이 이뤄졌으나, 감액된 분야와 증액된 분야가 상이해 정부의 R&D 전략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비비는 14.3% 증가해 2025년 예산안에서 5조원이 증액됐다. 예비비는 긴급한 상황에서 국회 심의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으로, 연구소는 이 부분에 대해 "국회 심의 없이 집행되는 지출이 증가하면서 예산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예비비 증액은 국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될 수 있어, 정부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재량이 커지지만 그만큼 예산 집행의 투명성 문제가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예비비가 증가한 것은 일견 필요한 조치로 보이나, 정부의 임의 지출이 늘어날 위험이 있어 철저한 감시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통 및 물류 분야 왜?…복지예산 증액 인구변화 탓=교통 및 물류 분야는 4.9% 감액, 철도 부문에서만 1조1000억원이 삭감됐다. 이는 항공·공항 부문이 5000억원 증액된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교통 인프라 확충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결과다. 연구소는 “철도 인프라가 중요한 국토 균형 발전과 국민 편익에 기여하는데도 불구하고, 교통 분야 예산이 감액된 것은 국가의 장기적 발전 목표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방행정·재정지원 분야에서도 지방채 인수 금액 2조6000억원과 지역사랑상품권 3000억원 삭감으로 인해 총 7200억원이 감액됐다. 연구소는 이러한 삭감이 지방 경제와 지역 균형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지 예산은 총 10조9000억원이 증액됐지만, 연구소는 이 역시 고령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자연적 증가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운영에 5조원, 공무원연금 급여에 2조원, 노인 생활 안정에 1조8000억원이 증액된 것이 대표적이다. 연구소는 "복지 예산 증액은 노인 인구 증가와 물가 상승에 따른 결과적 증액으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증액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감세 정책으로 내년 재정적자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감세와 재정 건전성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부는 재정 여력을 축소시키는 감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보다 전략적인 예산 편성 방안을 마련하고, 예산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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