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强달러…주식이민 가속화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가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미 경제의 견조한 모습에 다시 강달러 기조도 돌아서면서 동학개미(국내주식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의 매력이 떨어져 외국인들의 이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눈을 돌려 미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보유 종목의 가격이 일정 수준 떨어져도 환차익에 따른 손실 완충이라도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마저 답답한 박스권에 갇히자 시장에선 고환율을 이익으로 연결하는 투자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차라리 성장성이 높은 미국 기업이나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거나 달러 ETF 등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주식 이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는 전망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 1370원 돌파=18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103.51를 기록하며 지난 8월 중순(103.05) 수준까지 올랐다.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지난달 18일 전후로는 100선까지 내렸다가 이달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안정되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1307.8원까지 내리며 1200원대 진입을 바라보던 환율은 이달에만 60원 넘게 뛰었다. 18일(한국시간)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10.10원 상승한 137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주간거래(9시~3시반) 종가 1368.60원 대비로는 4.10원 상승했다. 런던 거래에서 1370원을 소폭 넘어선 뒤 후퇴했던 원달러 가격은 뉴욕 장으로 넘어온 뒤 미국 소매판매가 발표되자 1373.30원까지 오르면서 일중 고점을 찍었다. 원달러가 1370원을 웃돈 것은 지난 8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강달러 현상이 나타난 데는 잇따른 경기 호조 지표에 연준이 정책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웃돌며 탄탄한 흐름을 보였고 실업보험 청구건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또 감세, 금융 규제 완화, 관세 인상 등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도 있다.

▶“차라리 성장성 높은 美주식으로”=문제는 강달러 현상이 길어지면 외국인 이탈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외국인은 강달러 시기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사들이는 치열한 공방 속에 코스피는 2600대 초반에서 박스권이 형성됐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지난 8월 35%를 웃돌다가 이달 33%대로 내려온 상태다.

국내 증시를 떠난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5만전자’로 내려 앉은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차라리 엔비디아와 같은 확실한 성장주를 사겠다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895억9259만달러(약 123조원)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8월(872억달러)과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였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이달 들어 국내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는 테슬라 주가를 2배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로 1억9392만달러를 순매수했다. 테슬라도 8314만달러(3위)어치 담았다. 이 밖에도 코카콜라 등 미국의 대표적인 고배당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배당주 ETF인 ‘SCHD(6451만달러)’를 포함해 메타(5773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5055만달러), ASML(2428만달러) 등 대형 기술주도 여전히 선호했다.

▶“환차익, 서학개미 ‘수익률 방어’ 역할”=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환노출형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이달 들어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는 국내 증시 ETF 중에서 전체 수익률 4위(13.8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의 수익률은 5.20%로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두 ETF는 기술주 위주의 미국 나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만큼 수익이 나는 동일한 구조의 상품인데, 달러 강세 때문에 환노출형인 TIGER ETF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미국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ETF의 경우, 환노출형인 RISE 미국S&P500(6.55%)이 환헤지형인 KODEX 미국S&P500(H)의 수익률(2.48%)보다 높았다.

이제라도 달러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겐 달러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달러 선물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TF로는 KODEX 미국달러선물, KOSEF 미국달러선물 등이 있다. 이달 해당 상품 수익률은 각각 4.10%와 3.73%를 기록 중이다. 다만,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달러 예금은 환차익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달러 ETF는 투자 수익에 대한 소득세(차익의 15.4%)와 운용 수수료(연 0.2~0.3%대)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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