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막기 위해 영풍·MBK 연합의 2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내 입주현황판의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안세연·김성우 기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1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2일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또다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하자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영풍 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영풍과 MBK 연합의 시장 교란 의도가 입증된 것”이라면서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를 완료하고, 이후에도 의결권 강화를 통해 두 연합의 국가기간산업 훼손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MBK·영풍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소식이 전해진 뒤 재차 입장문을 내고 “우리 입장은 고려아연의 이번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이사의 배임에 해당하며 회사가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적립한 임의준비금을 이사회 결의만으로 전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MBK·영풍은 “이에 가처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풍 측은 지난 18일 심문에서 "이번 자사주 매수는 최 회장 개인 이익을 위한 것이고 주주 간 경영권 분쟁에서 회사 자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공개매수가 이뤄진다면 채무자들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영풍은 이미 본업인 제련업 경영에 실패해 인수가 이뤄지면 신사업이 중단·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맞섰다.
영풍·MBK파트너스와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지분 확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에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법원은 당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자(영풍)의 특별 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영풍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기간 중 대상회사가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지에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관계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현재까지 영풍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