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차중(왼쪽) UNIST 교수와 강혜민 연구원.[UN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관리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진이 연구팀이 불안애착 성향의 사람들을 위한 감정 관리 디바이스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불안애착 성향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며 성인이 되어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대인관계에서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끼고 통제하기 어려워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학과 김차중 교수팀은 인구의 약 20%가 불안애착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들을 위해 일상에서 부정적 감정을 완화할 방안을 찾아 디바이스로 구현했다. 사용자가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이를 즉시 인식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불안애착 성향을 지닌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다이어리 작성과 그룹 인터뷰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9가지 상황을 파악했다.
그중 성취 부족(Underachievement), 자기 비하(Self-depreciation), 미래 걱정미래 걱정(uture worries) 등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선택했다. 이어 5명의 디자이너와 워크숍을 열어 해결책을 모색했다.
여러 아이디어 중 질문이 인쇄되고 펜으로 답변하는 디바이스를 최종 선정했다. 이 디바이스는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긍정적 사고를 유도하며 문제를 성찰하도록 돕는다.
연구팀은 이 디바이스를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에 설치해 실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부정적 감정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디바이스의 프로토타이핑 과정: (a) 프린팅 모듈과 모바일 앱 개발, (b) 3D프린팅으로 디바이스 케이싱 제작, (c) 실험 참여자가 거주하는 집에 설치된 모습.[UNIST 제공] |
참가자들은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원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긍정적인 생각을 채택하고 스스로 감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나쁜 하루였지만 좋은 순간을 떠올리며 기분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게 되었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언급했다.
김차중 교수는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디자인 학술지 ‘디자인 국제저널’에 8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