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알아크사 병원 현장. 숨진 샤반 알달루(19)의 모습도 담겼다. [@Hani Abu Rezeq]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가자지구 난민 텐트촌에 대피한 19세 청년이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20일(현지기나)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학생이었던 샤반 알달루는 지난 14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부지에서 불에 타 숨졌다.
알달루가 불길에 휩싸여 무기력하게 팔을 흔드는 모습은 난민촌 목격자에 의해 생생하게 영상으로 기록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가자지구 난민텐트에서 불에 타 숨진 샤반 알달루. [X(옛 트위터)] |
이스라엘은 병원 단지에 공습을 벌인 이유가 하마스 지휘센터를 타격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병원 주차장에 있던 피란민들이 불길에 휩싸여 대거 숨지면서 이는 궁색한 변명이 됐다. 19살 알달루 뿐 아니라 그의 모친 등도 이날 한날 한시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죽음이 전 세계에 더 큰 공분을 자아낸 이유는 의료시설을 공격해선 안 된다는 국제법이 무시 당했기 때문이다. 병원 옆이라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고 텐트를 친 난민들은 오히려 이스라엘의 타겟이 돼 숨졌다.
숨진 알달루는 20번째 생일을 하루 전 날 숨졌다. 그에게도 꿈은 있었다. 언젠가 의사가 되길 바랐고, 전쟁 전엔 가자시티 알하즈아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해외에서 소프트웨어 분야 박사학위를 따려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는 전쟁이 벌어지자 소셜미디어에 피란 현장을 담은 영상을 게시하고,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전쟁과 맞서 싸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상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게 된 알달루는 가자지구 탈출만이 유일한 길로 생각하고, 자신을 필두로 가족들을 탈출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터넷으로 접촉한 해외 활동가들을 통해 탈출 자금을 2만달러 이상 모았지만, 이스라엘이 지난 5월부터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 검문소를 폐쇄하면서 탈출 시도는 무산됐다.
알달루는 사망 10일 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이슬람 사원 공격에서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결국은 불 속에서 숨졌다.
알달루 등 피란민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충격적인 영상은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이 영상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했더라도 민간인 사상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한 이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북부 베이트 라히야 등을 공습한 후 108명이 사망했다고 20일 밝혔다.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잔해 아래와 도로 위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구조대가 도달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