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삐걱’…다음주 출범 의정 협의체 ‘순항’할까[취재메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및 의대생 대표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의정갈등 해결에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 앞으로 한 의사가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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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여야의정 협의체와 인력수급추계위원회 등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 사태 해소를 위한 기구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의학회와 의대협회를 중심으로 협의체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들 사이에선 여전히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방침 등에 부정적 의견이 많은 탓에 의정 간 대화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이 지난달 15개 의료계 단체 및 기관에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해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한 발언과 논의를 보장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의료계 첫 반응이었다.

당시 이 같은 공문을 받은 15개 단체는 의학회와 KAMC 외에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수련병원협의회,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빅5병원이었다.

협의체 참여를 밝힌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그동안 진행돼 온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올바른 의료를 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의 충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에 따른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더는 묵과할 수도 없다”며 협의체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면서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 현안들에 대해 “의대생이 제출한 휴학계가 협의체 발족에 앞서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허가돼야 한다”며 “2025년과 2026년 의대 입학정원 논의와 함께 의사 정원 추계 기구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과 로드맵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밖에도 학생 교육 및 전공의 수련 내실화를 위한 정책 지원 보장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 및 자율성 확보 보장,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개편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유일한 법정 의사단체인 의협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현시점에서 협의체에 참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하고 부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어 “일부 논의 사항에 대해 의학회의 참여 의도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의료계 의견에 반하는 논의는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며 “의학회와 KAMC는 상급종합병원들의 시스템 왜곡이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진행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의협도 이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의학회 및 관련 기관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내부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의학회가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만큼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의료계 전체 의견을 고려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들은 이번 여야의정 협의체에 부정적 기류가 더 높은 상황이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SNS에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공동 명의로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 없다”는 글을 게시했다. 박 위원장은 23일에도 “교수님들의 결정이 정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한번 숙고하시기 바란다”며 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 사직 전공의 A씨도 “대화의 전제 조건인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해 정부가 이미 불가능하다고 밝힌 상황에서 협의체 참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대증원 논의와 관련해 질의하자 “2025학년도는 불가능하고 2026학년도는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며 사실상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이 없음을 밝혔다. 교육부도 같은 날 입장문을 배포하고 “대입 수시 전형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법령상으로도 사실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논의가 가능하다”고 단서를 붙였다.

정부는 의사학회 등 일부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가하는 것을 두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으나, 법정단체인 의협과 전공의들이 빠진 채 출범하게 돼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지적이 많은 상황이다. 아울러 의학회와 KAMC를 제외하고 기존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다른 의사 단체들도 계속해서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지만, 참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의대교수 단체인 전의교협은 지난 23일 오후 7시 긴급총회를 마친 뒤 “협의체 구성과 운영이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참여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의비는 24일 오후 6시 총회를 열고 협의체 참여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의비 관계자는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오늘 총회에서 협의체 관련 얘기가 나오긴 할 것 같은데, 어제 국감에서도 정부는 ‘2025학년도는 (의대 정원 조정에 관해) 변화 없다’고 얘기를 했다”며 “정부에서 뭔가 변화가 있다면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이면 (협의체에) 참여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에선 “정치권이 환자를 빼고 협의체를 발족하는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태의 가장 피해자이고 지금도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환자들을 배제한 협의체를 출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야의정협의체는 환자단체를 포함한 여야환의정협의체로 발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는 의료계가 단 한 명의 위원도 추천하지 않으면서 출범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의협 등 주요 의사단체 7곳이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 이번 주까지 마감 시한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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