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개발, 유방암진단 ‘방사성동위원소’…아시아 수출길 뚫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 위치한 ‘RFT-30 사이클로트론’. 이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지르코늄-89(Zr-89)를 생산하고 수출에 돌입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가 아세안국가 수출길에 올랐다. 지르코늄-89는 체내 약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영상용 방사성동위원소로, 반감기가 길어 의약품, 나노 바이오소재 등의 장기간 이동을 추적하는데 뛰어나다. 주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에 쓰이며 종양, 면역연구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RFT-30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한 지르코늄-89를 태국 원자력연구소(TINT)에 수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수출 물량은 3mCi(밀리퀴리, 0.5 mL 용량)로 1회 사용량이지만 수백만 원에 해당한다. 소량 수출로 TINT의 유방암 진단제 개발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향후 실험이 끝나면 정기적으로 지르코늄-89를 태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TINT는 현재 유방암세포를 찾아내는 유방암 진단제 개발이 한창이다. 진단제에 지르코늄-89을 주입하면 체내에 퍼져있는 유방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확인된 암세포를 방사선이나 약물 등으로 제거한 후 다시 진단제를 투여해 치료 경과를 확인 할 수도 있다.

태국의 연간 유방암 발병률은 2020년 인구 10만 명당 37.8명으로 전체 여성 암 발병 건수 중 1위에 해당한다. 이에 2019년부터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및 이용연구에 대한 국제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지르코늄 수출을 의뢰했고, 올해 처음으로 관련 연구를 시작한다.

지르코늄-89(Zr-89) 포장내부 납용기, 포장외장 용기, 방사성동위원소 용액.[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박정훈 박사팀은 고품질의 지르코늄-89 생산 안정화를 위해 시스템을 단계별로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정제 및 제어시스템에 이어 냉각시스템을 개발해 지르코늄-89 생산량을 30%(200mCi→ 260mCi) 증량했다.

한편 연구원은 2018년 지르코늄-89 생산기술 국산화에 성공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세브란스 등 국내 연구 기관과 병원에 연구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내 보급을 넘어서 2022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자력공사에, 2023년에는 파키스탄 암병원에도 수출하는 등 국산 동위원소의 수출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아울러 아·태원자력협력협정 사무국(RCARO)과 협력해 아시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정훈 실장은 “지르코늄-89는 차세대 방사성동위원소로 다양한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동위원소 생산 조사장치, 정제 및 분리장치 시스템 등 독자 개발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스템도 수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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