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휴학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되면서 내년 의대 1학년 수가 최대 7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대학의 의과대 휴학에 대한 자율 승인이 가능해지며 휴학생들의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자 의대별로 내년도 학생 맞이를 위한 준비에 발빠르게 나섰다.
특히 지방 소재 의대의 경우 입학 정원 확대로 신입 정원이 느는데다 올해 진급하지 못한 1학년(24학번)까지 함께 수업을 해야 해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다만 서울 지역 의대는 신입생 정원이 늘지 않은데다 학생당 교수 수가 많은 만큼 유급한 1학년이 내년에 함께 들어온다 해도 감당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3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전국의 올해 1학년 의대생(3000명)이 내년에 모두 복귀할 경우 증원된 신입생(4500명)과 함께 최대 7500명이 같은 해에 수업을 듣게 될 전망이다. 아직 교실이나 교수 확충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수만 2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의대가 있는 대학들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 |
이 중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4학기 운영 체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1년을 4학기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4학기제의 핵심은 학기를 4개로 늘려 복학한 24학번과 신입인 25학번이 따로 수업을 듣게 하겠다는 것이다. 복학하는 24학번은 1·3학기, 신입생인 25학번은 2·4학기에 수업을 듣게 하는 식이다.
이 총장은 "주당 강의 시간을 늘려 12∼13주를 한 학기로 하면 '4학기제'가 가능하다"며 "교수의 부담이 늘겠지만, 학생이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학년은 교양과목이 많은 만큼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오승원 교수는 "1학년의 임상 과목이 적은 편이라 수업이 불가능하진 않다"며 "강의실 확보를 위해 분반을 하거나 원격 수업 등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과 2년을 1년6개월로 줄이는 방안도 대안 중에 하나다. 교육부는 최근 의대 6년 과정을 최소 5년 이상으로 하되 5.5년이든 5.7년이든 커리큘럼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모습. 임세준 기자 |
이같은 다양한 방안에도 지방 소재 의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의대 증원이 지방 의대들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서울 소재 의대들보다 감당해야 할 신입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울 소재 의대에 비해 교수 수나 제반 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교실·교수 확충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휴학생이 돌아온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예산 확보가 잘 안되는 학교는 더 열악하다"고 전했다.
본과 과목인 병원 실습, 기초의학, 해부학 등은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서울 소재 대학에선 1학년들의 복학에 큰 부담이 없다는 반응이다. 신입 정원이 예전과 같은데다 현재 교수 1명당 학생 수가 1명 내외이다 보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휴학생 전체가 돌아와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의 학생당 교수 수는 1.1~1.2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