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11년 만에 K리그 승격… 유병훈 감독 “암 투병 부인과 기쁨 나누겠다”

프로축구 K리그2(2부) FC안양이 창단 11년만에 K리그1 무대를 밟는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프로축구 K리그2(2부) FC안양이 창단 11년만에 K리그1 무대를 밟는다.

안양은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부천FC와 0-0 무승부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2013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해 여러 번 승격 문턱에서 고꾸라졌던 안양은 드디어 국내 최고 프로축구 무대인 K리그1에 오르겠다는 꿈을 실현했다.

안양을 승격으로 이끈 유병훈(48) 감독은 "암 투병 중인 부인에게 기쁨을 돌려주고 싶다"며 흐느꼈다. 유 감독은 안양에 흡수된 실업 축구 국민은행 시절부터 오랜 기간 코치로 몸담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올랐다. 지난해 6위에 그쳤던 안양을 데뷔 시즌에 우승팀으로 탈바꿈시키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유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뒤로하고 선수단의 궂은일은 도맡는 노상래 통역 겸 매니저와 부인이 갑상샘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하며 기자회견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노 매니저가 (우승 도전 때문에) 수술을 미뤄놨다.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와이프도 어제 병원에 가서 갑상샘암인 것 같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큰 암은 아니지만, 내 스트레스를 나눠서 진 것 같아서 너무도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유 감독의 부인은 전날 암 판정을 받고서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노 매니저가 수술을 큰일 없이 잘 받기를 바란다. 부인은 이제 큰 병원에 가서 세포 검사 등 자세한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내 주변의 힘들었던 사람들께 이 기쁨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의 동력으로는 선수들과의 '신뢰'를 꼽았다.

안양은 김정현, 박종현 등과 과감하게 재계약했다.

유 감독은 "승격을 못하고 계약이 끝나는 선수들이었는데, '너희들은 이렇게 끝날 선수들이 아니다'라며 동기부여를 해줬다"면서 "이 선수들이 절치부심했기에 조용히 시즌을 시작했지만 끝에는 멋있게 끝낼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유 감독은 29라운드부터 31라운드까지 3연패하며 위기에 봉착했을 때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은 이창용, 김동진 등 고참들, 물심양면으로 구단을 지원한 최대호 안양시장, 오래 안양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우형 테크니컬 디렉터 등에게 고맙다고 했다.

K리그2에서 가장 열정적인 응원을 펼쳐온 안양 서포터스를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안양이 연고였던 LG치타스가 서울로 옮기면서 2004년 FC서울로 바뀌었고 안양의 열성팬들은 응원할 구단이 없는 상황에서 안양시의 도움을 받아 시민구단을 창단했다.

안양 응원가에는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같은 녀석들'이라는 가사가 있다.

유 감독은 이를 두고 "경기장에서 가장 잘 들리는 가사"라면서 "(안양 창단에) 청춘을 바친 팬들 덕에 안양이 있다. 그분들께 청춘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릴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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