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품질검사 조작 의혹’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12명 송치

군납용 전지에 대한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받아온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관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사진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군납용 전지에 대한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받아온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관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4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업무방해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박 대표와 아리셀 관계자 등 총 12명을 지난 1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아리셀 관계자 3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다.

박 대표 등은 아리셀이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줄곧 군의 품질검사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을 군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박 대표가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그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살펴본 결과, 박 대표가 아리셀의 품질검사 조작 과정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과 관련해서는 2017∼2018년 국방부에 82억원 상당의 전지를 납품할 당시 군의 품질검사를 조작하며 군납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에스코넥 관계자 7명(1명 구속)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박 대표가 에스코넥의 이 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 들여다봤으나, 주요 피의자 1명이 수사 중 사망하면서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피의자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이 중 1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인 지난 16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여러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아리셀의 품질검사 조작 혐의와 관련해 박 대표가 관여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보고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품질검사 조작 혐의에 대해 업체 최윗선인 박 대표까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은 지난 6월 24일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