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왼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미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향후 트럼프 신 행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에 차분하고도 철저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미 투자 기업 간담회’에서 “우리 업계와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미국 신 행정부 및 업계 주요 인사 등과 협의가 적시에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LG화학, 롯데케미칼, LS전선,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한화솔루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당선이 사실상 확정돼 정책 기조가 바뀌어 우리 대미 투자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관이 합심해 우리 진출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최대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인 우리 진출 기업들이 미국의 고용 창출과 첨단 산업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고, 상당수가 공화당 지역구에 집중됐다는 점을 미국 측에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법인세 등 대규모 감세로 인한 세수부족분을 채우는 수단으로 관세를 내세우고 있다.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의 수입품에는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는 수출 중심 무역 국가인 우리 정부와 기업에 큰 도전 요인이 될 전망이다. 또 기업들은 대규모 보조금 유인책을 통해 자국 첨단 산업 기반 재건을 추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태양광 등 분야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단행해 보조금 축소나 중단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 트럼프 신정부 출범 전이라도 다양한 미 신정부 인사 및 정책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싱크탱크 인사 등을 두루 접촉해 미국의 정책 변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확실성과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우리나라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진 대미 무역 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대거 수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 당시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천연가스 수입 비율이 전체의 1%미만에서 13%대로 급증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9월도 399억달러로 연간 기준으로 또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산업부는 “향후 개별 업종별 릴레이식 간담회를 계속 열어 업계와 소통하면서 대미 통상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