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AI PC 출하량 증가로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 LPCAMM2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챗 GPT로 이미지 제작]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내년부터 PC와 노트북에도 본격적으로 인공지능(AI) 탑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고사양 메모리 제품의 등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AI 시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불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또 다른 격전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3사는 내년 AI PC·노트북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내다보며 차세대 D램 ‘LPCAMM2(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에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LPCAMM2는 PC·노트북 및 스마트폰에 주로 들어가는 저전력 D램(LPDDR) 여러 개를 패키지처럼 하나로 묶은 모듈이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 기조연설에서 “저전력·고성능을 강점으로, 향후 PC와 데이터센터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LPCAMM2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주력 AI 메모리 솔루션 라인업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올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선보인 LPCAMM2. 기존 PC에 탑재되는 메모리 모듈 SO-DIMM과의 전력효율 및 속도를 비교해 설명했다. [SK하이닉스 홈페이지] |
현재 PC와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메모리 모듈은 1990년대 개발된 SO-DIMM(Small Outline DIMM)이다. SO-DIMM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열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LPCAMM2의 경우 한 개로 기존 SO-DIMM 2개에 해당하는 성능을 내기 때문에 공간을 덜 차지하는 이점이 있다. SO-DIMM보다 차지하는 면적이 작은 만큼 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또, SO-DIMM에 비해 전력소비는 적고 성능은 높아 노트북 배터리의 수명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IT업계는 PC 등의 기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AI 연산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 LPCAMM2를 최적의 솔루션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기 내에서 자체 학습과 추론을 하려면 그만큼 전력 소모가 상당한데 LPCAMM2는 전력 소비를 줄여주고 고성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LPDDR5X 기반 LPCAMM2를 개발 사실을 발표하며 기존 SO-DIMM보다 탑재면적은 60% 줄어들고, 성능은 최대 50% 개선됐으며 전력은 60% 적게 쓴다고 강조키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LPDDR5X 기반 LPCAMM2 이미지. [삼성전자 홈페이지] |
같은 해 11월 LPCAMM2를 공개한 SK하이닉스도 소비전력은 60%, 성능은 50% 향상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4에서 LPCAMM2 샘플을 처음 선보였는데 SO-DIMM 대비 소비전력은 61% 낮고 성능은 71%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올해 PC·노트북 시장의 침체로 메모리 수요의 회복이 더뎠지만 업계는 내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카날리스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AI PC 출하량은 약 4800만 대로, 전체 PC 출하량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1억대를 초과하고, 2028년까지는 2억500만대에 달해 그 비중이 6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도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AI PC의 판매가 확대될수록 LPCAMM2 같은 고성능 저전력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업계가 내년부터는 한층 강화된 AI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출시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업계는 HBM뿐만 아니라 향후 PC·노트북에 들어가는 메모리 제품 역시 다시 한 번 성장 모멘텀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