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커진 ‘토큰증권 법제화’ 재도전

지난 국회 회기 만료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던 토큰증권발행(STO) 제도화 법안이 최근 재발의되면서 블록체인 등 관련 산업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이른바 ‘STO 장내시장’으로 준비해 온 ‘신종증권 시장’ 개장이 연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장 관심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증권 유관기관과 기업들도 STO 개막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STO 제도화 패키지 법안(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STO는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된 증권이다. STO 법안이 통과되면 조각 투자사들이 기초자산을 토대로 토큰증권을 발행, 증권사를 통해 유통할 수 있어 금투업계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 촉각을 세우는 것은 시장을 조성하는 증권 유관기관들의 동향이다. 작년 말 한국거래소는 금융위 샌드박스 인가를 받아 STO의 장내시장 버전인 ‘신종증권 장내시장’ 개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금융위 샌드박스를 통과한 ST(토큰증권) 사업자들이 소수인 데다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공모금액 30억원 이상’ 등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상장 수요가 극히 일부다. 이에 시장에서도 사실상 연내 개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내시장으로 증권 유통시장을 마련했으면 상품 수도 다양하고 거래도 활발해야 하는데, 아직 ST 시장에선 이렇다 할 대형 종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장할 만한 상품들이 충분히 나왔을 때 (신종증권) 개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장 요건 완화에 대해선 “투자자 보호 취지에서 설정한 것”이라며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STO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할 제도가 마련되면, 장외시장에 머물렀던 STO 기업들도 몸집을 키워 ‘장내시장’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시장에선 미술품 등 유형자산과 달리 지적재산권 같은 무형자산은 (실물) 기초자산을 결합한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서 ‘1호 상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다날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음악·영상 등 콘텐츠 제작 과정에 조각 투자하는 상품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도 STO 테스트베드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예탁원은 3억원 규모의 ‘토큰증권 서비스 보호를 위한 보안체계 구축사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STO 플랫폼 가동을 앞두고 증권사들도 분주하다. 하나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협업해 업계 최초로 STO 발행·유통 통합 플랫폼을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9월 MTS에 조각투자 자산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금투세 폐지’ 다음으로 여야 간 이견이 없는 금융 정책으로 꼽으면서 시장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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