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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제47대 미 대통령 당선인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백악관 복귀에 성공한 그의 손에는 ‘보편 관세’를 바탕으로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들려 있단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서 ‘미국 일방주의(America Only)’ 기조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죠.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입장에선 경고벨이 울리고 있는 형국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국내외 주식에 투자 중인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트럼프발(發) 무역분쟁의 가능성이 국내 증시 향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나, 해외 증시 투자액의 9할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증시에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죠.
이미 우린 트럼프 행정부를 8년 전 만나본 경험이 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한미 증시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향후 4년간 벌어질 일에 대한 맥락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요.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와 인베스팅닷컴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지난 2016년 11월 8일부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막을 내렸던 2021년 1월 20일까지 한국 코스피 지수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의 수익률은 55.46%(2003.38→3114.55)를 기록했는데요. 같은 기간 미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S&P500 지수의 수익률은 무려 80.02%(2139.60→3841.80)에 달했죠. 코스피보다 24.56%P나 앞섰던 것입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AP] |
사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예열’ 기간엔 양국 증시의 수익률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대선일로부터 제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던 2017년 1월 20일까지 약 2개월반 동안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주에 투자)’의 결과 코스피 지수가 3.11% 오를 때 S&P500 지수는 6.16%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1주년(2018년 1월 19일 기준)까지만 해도 코스피·S&P500 지수의 수익률은 각각 25.80%, 31.3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요.
한미 양국 증시 대표 지수의 수익률 격차가 확연해지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난 시점부터입니다. 취임 2주년(2020년 1월 20일 기준)엔 코스피·S&P500 지수의 수익률이 각각 6.03%, 24.82%로 18.79%까지 거리가 벌어졌는데요. 이보다도 1년이 더 지난 취임 3주년(2020년 1월 20일 기준)엔 코스피·S&P500 지수의 수익률은 각각 12.94%, 55.21%를 찍었습니다. 양국 지수의 수익률 격차는 42.27%포인트에 이르렀죠.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3년차였을 땐 투자자들의 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이 발생했었습니다. 그 진원지는 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였는데요.
지난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였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에서 승리했을 당시만 해도 0.25~0.50%에 불과했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취임 2주년 시점엔 2.25~2.50%까지 200bp(1bp=0.01%포인트)나 올라 있었던 겁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주식 투자자들의 투심은 식기 마련인데요.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년차(2018년 1월~2019년 1월) 코스피 수익률은 -15.71%(2520.26→2124.28)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때 S&P500 지수의 낙폭은 -4.97%(2810.30→2670.70)로 선방한 모습을 보여줬죠.
취임 3주년엔 기준금리가 1.50~1.75%로 75bp 가량 소폭 내려오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어김없이 증시엔 훈풍이 불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3년차(2019년 1월~2020년 1월)엔 S&P500 수익률이 24.34%(2670.70→3320.80)에 이르며 여지없이 강세를 보였는데요. 이 기간에도 코스피 수익률은 6.51%(2124.28→2262.64)에 그치며 아쉬운 모습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한미 증시의 방향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미 증시와 비교했을 때 한국 증시의 소외 현상을 심화시킨 핵심 포인트는 바로 ‘미·중 무역분쟁’이란 게 다수 전문가들의 평가죠.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트럼프 1기 당시 국내 증시의 상대적인 부진 심화 이유를 꼽는다면 미·중 무역분쟁”이라며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은 한국에겐 미·중 무역분쟁은 비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습니다.
이후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 연준이 2020년 3월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50bp, 100bp씩 금리를 한꺼번에 내리며 ‘제로금리(0.00~0.25%)’ 시대가 열렸는데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심을 한껏 끌어올렸던 트럼프 1기 집권 4년차(2020년 1월~2021년 1월)엔 코스피 상승률이 37.65%(2262.64→3114.55)로 S&P500의 15.99%(3320.80→3851.80)보다 2배 이상 높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수익률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죠.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
결국 수출 중심의 대외 지향적 경제 구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증시의 아킬레스건은 그동안 한국이 잘 나갈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 자유무역 체제의 위기였다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글로벌 무역 분쟁이 국내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셈이고요.
보다 구체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 2018년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후 6개월 간 양국은 관세 부과 경쟁을 지속해 나갔습니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3월 1일까지 90일간 ▷기술 강제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서비스·농업 분야의 구조 변화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이 기간 추가 관세 부과 및 인상을 보류하기로 합의하면서 휴전 상태에 돌입했죠.
하지만, 2019년 들어 양국의 무역분쟁은 관세 문제를 넘어서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조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시사 등으로 기술 문제로 확대됐죠. 여기에 미국 국방부가 2019년 6월 보고서에 대만을 국가로 명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뜨리면서 체제 문제로 확산됐고, 결국 환율전쟁의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앞줄 왼쪽) 중국 부총리가 지난 2020년 1월 1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중국 무역합의 1단계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
결국 양국은 관세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지 15개월 만인 2019년 10월 제1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휴전 상태에 다시 돌입했고요, 2020년 1월 ‘1단계 무역 합의’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최대 500억달러 어치 구매하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죠.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점은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취임 당시 ‘신참’ 대통령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경력직’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곧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1기와 달리 ‘허니문’ 기간 없이 미·중 무역분쟁이 곧장 발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EU), 한국·일본·대만·인도를 비롯한 주요 아시아권 국가를 비롯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맺었던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당사국 간의 무역분쟁까지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단 걱정스런 시선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캐나다에서 개최한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의 모습. 팔짱을 끼고 앉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첫 번째) 전 미국 대통령을 찾아온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전 독일 총리 등 각국 정상이 답답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는 장면은 동맹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AFP] |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3조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6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 복귀 첫날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행정조치만 무려 41개에 이르는데요. ‘프로젝트 2025’,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등을 통해 두 번째 집권을 위한 청사진도 일찌감치 마련한 만큼, 준비 과정이 필요했던 1기 행정부와 달리 자국 이익을 위한 충격적인 정책을 언제든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죠.
법무법인 율촌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과 국내 통상·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도 보복 관세를 잇따라 부과해 제2의 미·중 관세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1기엔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 4년 간 미국 시장에 더 낮은 관세로 접근할 수 있는 우회 통로를 마련하는 등의 준비가 있었던 만큼 중국과 EU의 즉각적인 ‘보복 관세’ 부과가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이번 트럼프 2기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고요.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
무역분쟁이 국내 경제와 증시 등 금융투자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전망은 암울한 수준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최대 448억달러 규모의 총수출액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도 약 0.67%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여졌습니다.
한국의 경우 5대 수출 품목 중 ▷반도체(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자동차(5위 현대차, 7위 기아, 13위 현대모비스) ▷철강(11위 포스코홀딩스, 12위 고려아연)을 비롯해 2차전지(3위 LG에너지솔루션) 관련주가 시총 최상위에 포진한 상황인데요. 그만큼 글로벌 무역 구조의 불안정성 심화는 국내 증시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다가올 지도 모를 글로벌 무역분쟁의 주인공(?) 미국의 경제 역시도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트럼프발 무역분쟁이 현실화 할 경우 2028년 차기 미 대선까지 미국의 GDP가 0.8% 하락할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중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며, EU와 일본은 그보다 더 적게 GDP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설명도 덧붙여졌고요.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 후 회담을 위해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로이터] |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조만간 출범할 2기 행정부가 마주한 결정적인 차이점으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 미 정부의 부채 수준도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연방정부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지출한 부채 관련 순이자 비용이 총 8820억달러로 1996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치라고 보도했습니다. 고금리 시대로 인해 불어난 이자 부담도 문제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전면적 감세 따른 세수 감소 ▷바이든 행정부 천문학적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재정 지출 등이 중첩되며 총부채 규모가 급증한 게 더 큰 요인이란 지적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정책으로 현실화하면 향후 10년 간 미 정부 부채 규모는 7조5000억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각종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비용 탓이죠.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
서상영 연구원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미 정부가 추가 발행할 채권으로 인해 금리 인상 효과가 발생하고, 실질적인 긴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부채 비용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관세를 높이게 된다면 미국 내에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 연준으로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선 기존에 제시했던 점도표 상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발생해 글로벌 증시 전반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죠.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집권 2기는 무역분쟁이 심화되며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가운데 각국의 보복성 무역 조치가 시행된다면 상품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질 소지가 있다”고도 꼬집었습니다.
[KB증권] |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 증시의 실제 흐름을 전망하기 위해선 경기 사이클과 통화정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느린 경기 확장과 통화 완화 조합이 예상된다”면서 단기적인 정치적 변동성과 별개로 증시가 상승할 가능성을 점쳤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미국 현지에 직접 진출한 국내 증시 대형주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 1990년 이후 미 집권 정당별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규제 완화 및 감세 등에 적극적인 공화당이 13.3%로, 5.6%에 그친 민주당보다 높았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 주가 수준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된 국면”이라며 “이로 인한 하방 경직성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세가 강해질 경우 반등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