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의정 협의체가 9개월 만에 첫 출범했다. 야당과 의협, 사태의 핵심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 등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협의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탄핵과 의협의 새지도부 구성 등을 계기로 대화 테이블이 새롭게 구성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 지도부 구성에 나선 의협이 향후 의정협의체에 참가할지 여부도 관심 대목이다. 의협은 그간 ‘의정협의체 참여’를 거부해왔다.
1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전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대의원 248명 중 224명이 이날 총회에 참석해 170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 정족수 150명을 넘겼다. 반대는 50표, 기권은 4표였다. 이로써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압도적 찬성률’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의협 비대위 구성도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오는 13일 오후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최대한 일정을 당겨서 회장 선거를 치르려 한다”며 “원래는 두 달 정도 걸리지만 이번엔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 회장은 막말 논란 등으로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간호법 제정 등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임 회장이 자신을 비방한 지역의사회 이사를 고소한 뒤 취하해 주는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무엇보다 임 회장이 후배 의사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점은 불신임 결정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임 회장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온라인 상에서 갈등을 빚는 등 전공의들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의협과 임 회장은 전공의, 의대생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임 회장의 불신임 결정 직후 기자들에게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더 논의하겠다”고 했으며, 페이스북에 임 회장 탄핵 관련 기사를 공유하고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에 따라 의협이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고 의정 협의체에 합류할 지도 주목된다. 협의체에 참여해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가질 지, 혹은 더 강경하게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의료공백 사태를 심화시킬 지 등은 의협의 새 리더십에 달려있다. 앞서 의협은 ‘2025학년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보장하지 않으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임 회장의 탄핵을 계기로 의협과 전공의·의대생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대정부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는 가능성은 높게 관측된다. 김 의장은 “비대위가 구성되고 전공의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신뢰가 생기면 상황이 좀 달라질 것 같다”면서 “대의원회가 비대위에 전공의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전공의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있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된 내용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의정 협의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에서 출범식을 겸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의료계가 요구한 사직 전공의 복귀와 한국 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안 등을 논의하고 다음달 말까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의정 협의체에 참가치 않는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당에서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 의료계에서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 9명이 참석했으며, 의정 협의체 구성을 처음 제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논의에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