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고 있는 별도의 4개 형사재판 중 2건의 1심 선고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이번 선고가 이 대표의 결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자신하면서도 법원 판단 결과에 따라 생길 수도 있는 ‘정치적 흠집’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이 대표를 엄호하며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하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더 결집하게 될 것이란 당 내 전망도 나온다.
13일 친명(친이재명)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에 따르면 혁신회의가 주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 탄원 서명’은 당초 11일 마감 예정이었으나 오는 18일까지 연장해 받기로 했다. 혁신회의는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107만여명이 이 대표 무죄 탄원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마감 시한을 연장하면서 이 대표 1심 첫번째 선고로 15일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온 후에도 서명이 며칠 간 더 이어지게 됐다. 25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사건 무죄 탄원 집중도를 높이는 셈이다.
당장 이번 주에 첫 선고가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경우 민주당 내에선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신 있게 무죄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곧잘 눈에 띈다.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주관적 인식’과 관련된 부분이라 ‘허위사실 공표’ 여부와 관련된 유무죄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인물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기도지사로 재직 중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있다.
설령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대선 출마 걸림돌’로 연결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긴장을 낮추는 요인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의 경우 기소된 뒤 유죄가 나오더라도 일반적으로 벌금형에 그치는데,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반면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해선 당 내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보다 염려하는 기색이 읽힌다. 과거 자신(이 대표)의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를 지냈던 김모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게 혐의의 골자인데, 위증 혐의로 기소돼 이 대표와 함께 재판을 받은 김씨가 본인의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과거 이 대표는 2002년 변호사 시절 이른바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으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했다가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은 일이 있다. 이 일과 관련해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PD가 사칭했고 제가 한 것이 아닌데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2019년 5월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검찰은 해당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위증을 교사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위증교사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경우 법원이 기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본류 재판과 묶지 않고 따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다른 사건보다 복잡하지 않고 적용된 혐의가 하나 뿐이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형사재판 중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란 점도 민주당으로선 1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이유다. 재판 진행이 빠르면 빠를수록 판결이 확정되는 시기도 자연스럽게 당겨지기 때문이다. 위증교사 혐의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는다.
다만 민주당에선 각각의 1심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이 대표 체제는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강조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난 총선 이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가 되지 않았나”라며 “선고 결과가 어떻든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당 내부가 더 똘똘 뭉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 선고 결과에 따라 당의 상황이나 전략이 바뀌는 건 없다”고 말했다. 안대용·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