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은 이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현지시간)까지 발표한 집권 2기 외교·안보 수뇌부에는 군 장성 출신들이 배제된 것이 눈길을 끈다. 군 장성 출신으로 내각이나 백악관에 입성한 인사들을 ‘어른들의 축’이라고 불렀다.
집권 1기 때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며 트럼프의 과격·돌출 행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해병대 4성 장군 출신),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육군 3성 장군 출신) 등 장성 출신의 전직 군인들이 이번 첫 외교안보 라인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육군 특수전부대(그린베레) 출신으로 주방위군 대령까지 지낸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나 피트 헤그세스(예비군 소령) 국방장관 지명자는 아프가니스탄 등 전장 경험이 풍부해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인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사령관 등의 위치에서 전쟁에 임해본 장성급들이 가질 수 있는 시야와 통찰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집권 1기 때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몇 차례 거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은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잘 이해하는 매티스 전 장관 등 이른바 '어른'들의 존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력풀이 빈약했기에 장성 출신 등 외부 베테랑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집권 1기 때와 달리 집권 2기 외교안보 라인이 거의 전원 ‘트럼프 충성파’ 인사이더들로 구성된 것은 시사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추진에 ‘견제장치’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해외 분쟁에 대한 군사개입 최소화와 ‘거래’ 논리에 입각한 동맹관을 기초로 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을 낼 권력 내부의 ‘다른 목소리’는 존재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 국방장관 지명자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를 발표하면서 각각 “미국 우선주의의 진정한 신봉자”,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 의제의 강력한 옹호자”라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자 기사에서 “트럼프는 첫 임기 때 해외에 배치된 군대를 철수하고 군대를 이용해 국내 소요 사태를 진압하라는 요구에 저항하는 민간 및 군 지도자들로부터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국방부 인선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한편, WP는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해 “(트럼프 집권 1기 때) 유명한 전쟁범죄 피고인에 대한 사면 또는 감형을 트럼프에게 두드러지게 요청했기 때문에 특별히 논쟁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서에서 군내 ‘진보주의’와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 중시에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 온 헤그세스 지명자가 국방장관에 취임하면 군 수뇌부에 대한 인적 개편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팀이 현역 3성 또는 4성 장군들의 리더십을 검토해 부적격자에 전역을 권고하는 이른바 ‘전사 위원회(warrior board)’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