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이무승(왼쪽부터)·손예슬·손미영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
우리나라 위암 발생률은 세계 1위다. 위암 발병을 높이는 요인으로 잘못된 식습관, 음주, 신체활동 부족 등과 함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헬리코박터균 감염 치료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손미영 국가아젠다연구부 박사 연구팀이 위 오가노이드를 이용,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위 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하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의 항생제를 이용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와 병용 활용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증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감염성 질환의 하나로 헬리코박터균이 위장 점막에서 기생하며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등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감염률 역시 40~50%로 추정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헬리코박터균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 1급 발암물질이며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위암에 걸릴 위험도가 3~6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헬리코박터균 감염증 치료에는 항생제로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의 표면이나 위의 점액에 존재하여 치료약물이 균이 있는 곳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 차례 항생제에 노출이 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내성이 생겨 치료가 쉽지 않다.
특히 제균 치료만으로는 손상된 위 점막을 복구할 수 없고, 유익균까지 제거되는 부작용이 있어 손상된 위 점막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연구팀은 3차원 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초기에 일어나는 위 점액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하고, 감염으로 손상된 위 세포를 회복하게 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이 체내에 침입 시 처음 자리 잡는 위 전정부의 특징을 갖는 전분화능 줄기세포 유래 3차원 위 오가노이드 제작에 성공, 헬리코박터균이 분비하는 VacA(세포 공포화독소)에 의한 변화를 관찰하여 위 점막 세포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현상을 밝혀냈다.
오가노이드 모델과 생쥐 모델에서 인산화효소 저해제인 MLN8054가 VacA 독소뿐만 아니라 미생물 감염으로 손상된 위 상피세포를 회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며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 손상 치료 후보물질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손미영 박사는 “그동안 헬리코박터균 관련 연구에는 주로 암 세포주나 마우스 모델이 활용됐는데 이번 위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로 한계로 지적되던 종간 특이성과 같은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며 “향후 오가노이드를 활용, 인체 반응 예측을 통해 유효성분을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하여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지난 9월 26일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