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하루 전(13일)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갑작스러운 혈액암 진단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될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이틀 전 혈액암 진단을 받은 수험생이 병원의 배려로 병실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14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평소 건강했던 가은(가명·19)양은 얼마 전부터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다.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영상검사를 받은 결과 좌우 양쪽 폐 사이의 공간인 '종격동'에 종양이 발견됐다. 이어진 조직 검사에서는 종격동 림프종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림프종은 국내 가장 흔한 혈액 종양으로,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다.
가은양은 영어, 스페인어 등 언어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 교육에 특화된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졸업 후 1년 더 수능 시험을 준비해왔던 터였다. 하지만 감염 위험으로 장시간 병원 밖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루 만에 병원이 있는 서울에서 집과 고사장이 있는 경상남도까지 다녀오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사연을 접한 윤선희 수간호사는 유관부서에 문의해 가은양을 위한 시험장 준비를 하기로 했다. "시험을 못 보면 희망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딸의 뜻대로 시험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보호자의 얘기가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윤 수간호사는 “수능시험에 임해야 희망도 생길 것이고, 이후 전반적인 치료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는 말에 몇 해 전에도 병원에서 수능을 치렀던 환자가 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2021년 수능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재생불량빈혈’ 진단을 받은 허모씨가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특실에서 시험을 치른 적이 있었다.
3년 전보다 훨씬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병원은 교육청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시험장 준비를 시작했다. 가은양이 시험을 볼 독립된 병실 공간과 시험 감독관들이 시험 준비 및 대기할 수 있는 회의실, 휴게실이 있는 21층 특실을 준비하는 등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
의료진은 가은양이 수능 시험 후 바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절했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신체적으로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전까지는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주치의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는 “시험 후 치료도 잘 마쳐 원하는 대학의 건강한 새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가은양 어머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신경 써주신 의료진들과 병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능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린다. 치료 후 건강하게 퇴원해 원하는 학교에도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말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은양은 평소에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충실하게 생활했다며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대학교 축제에서 열리는 공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