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수출 증가 둔화로 기대 못 미쳐…내년 기대치 하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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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3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줄어들어 둔화세가 나타났고, 코스닥 상장사들 역시 실적과 재무상태가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4분기와 내년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등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614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액은 2214조60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5조6463억원으로 64.5% 증가했고, 순이익은 119조1222억원으로 71.2% 증가했다. 특히 이번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라고 한국거래소는 설명했다.
코스피 내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증가폭은 3.6%, 42.4%, 52.9%였다. 연결 부채비율은 110.83%로, 지난해 말 112.35%에 비해 1.52%포인트 감소하는 등 재무상태가 개선됐다. 순이익 흑자기업은 495곳(80.62%)으로, 전년 동기 476곳(77.52%)에 비해 19곳, 3.09%포인트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운수창고업 등 12개의 매출이 증가한 반면, 철강금속, 비금속광물 등 5개는 감소했다. 전기전자, 전기가스업 등 9개 업종 영업이익이 증가한 반면, 철강금속, 기계 등 8개 업종은 감소했다. 역시 전기전자, 전기가스업 등 9개 업종 순이익이 증가했으나, 화학, 기계 등 8개 업종은 감소했다.
분석 대상 614개사의 실적을 3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은 748조4306억원으로, 2분기 대비 0.4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3조4474억원, 40조7738억원으로 각각 0.34%, 2.80% 감소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7.14%, 5.45%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05%포인트, 0.18%포인트 낮아졌다.
금융업 41개사의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4조4198억원, 33조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9.4% 증가했다. 부문별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을 보면 증권이 18.48%, 21.42%로 가장 높았고, 보험이 17.02%, 17.81%로 그다음이었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 1153곳의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액은 198조8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조8777억원, 4조3075억원으로 6.22%, 29.2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3.96%, 2.17%로, 역시 0.43%포인트, 1.02%포인트 줄었다. 부채비율은 107.72%로, 지난해 말 105.82%에 비해 1.90%포인트 높아져 재무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3분기 누적 순이익 흑자기업은 669곳(58.02%)로 전년 동기 710곳(61.58%) 대비 41곳(3.56%포인트)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 기타서비스 등 13개 업종의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8개 업종은 감소했다. 영업이익을 보면 기계장비, 화학 등 8개 업종이 증가했으나, 오락문화, 제약 등 13개 업종은 줄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편입기업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3%, 1.62% 감소했다.
해당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7.25%로, 미편입 기업의 3.55%보다 3.70%포인트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까지 기업 실적에 대해 수출 증가세의 둔화 탓에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4분기와 내년도 기업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증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해 “수출액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흐름이었고, 지금과 달리 3분기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업황 우려는 3분기뿐만 아니라 향후 전체 기업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3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4조원에 못 미치는 등 실적 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 자체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저하의 문제가 크지만, 반도체 업종 전체로는 범용 메모리 수요 부진과 가격 모멘텀 둔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차전지 역시 지난해부터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 쇼크가 집중됐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3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성장 둔화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3분기 실적 시즌은 다수 업종에서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히 꺾인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내년에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이진우 연구원은 “기업 실적 전망이 과하게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내년 초에도 기대치 조정이 많을 것”이라며 “올해보다 소폭이나마 플러스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큰 폭의 이익 성장보다는 완만한 성장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최근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고 트럼프 재집권의 수혜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 조선, 방산, 기계 등의 실적 호조가 점쳐진다.
한편 최근 시장이 우려하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국내 경제의 타격은 실체 이상으로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련 부담감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하겠으나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실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시장 불안과는 별도로 당장 실적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