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R&D단지서 첫 설비 반입식
미래기술 선점 ‘R&D투자’ 강조
연말 조직개편, 경쟁력 메시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재도약을 위한 특단의 조치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세계 시장 1위의 초석을 다진 기흥캠퍼스에서 ‘기술 초격차’ 고삐를 죈다. 기흥캠퍼스 신규 연구개발(R&D) 단지 첫 설비 반입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세상에 없던 기술’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도 최대 규모 R&D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반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는 신규 R&D단지 설비 반입식이 열렸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협력사 대표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만9000㎡(3만3000여평) 규모로 조성 중인 기흥 R&D 단지는 지난 2014년 세워진 경기 화성사업장 내 연구동 DSR 타워 다음으로 약 10년 만에 세워진 새로운 연구 단지다.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으로,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위한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곳에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메모리 ▷팹리스 ▷파운드리 등 주요 분야의 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흥 신규 R&D 단지는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이재용 회장의 적극적인 R&D 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복권 후 첫 행보로 기흥 R&D 단지 기공식을 찾았다. 당시 그는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에도 공사 현장을 찾아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꾸준한 R&D 투자를 강조해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R&D에 역대 최대인 8조8700억원을 투입했다. AI용 메모리 등에서 경쟁사에게 추격을 허용한 만큼 오히려 차세대 기술 연구를 위한 투자는 공격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곳으로 상징적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이 곳은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상징적인 곳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졌다. 이번 첫 장비 반입 이후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사장단 및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여기에 담길 이 회장 쇄신 메시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연간 적자를 기록하고, 주요 사업인 메모리사업부에서는 기술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어 고강도 신상필벌 인사 정책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각 사업부장 대거 교체설 등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오는 19일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일을 맞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선영을 찾아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을 되새길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