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까지 제정안 행정예고
앞으로 대기업 소속 계열사끼리 총수익스와프(TRS) 등 파생상품을 채무보증처럼 악용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원천 차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내달 9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의 동반부실화·여신편중 등을 고려해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TRS를 채무보증처럼 이용하는 사례가 나타나 이번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TRS는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이지만 계열사 간 서로 채무를 보증해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제정안은 상출집단 소속 국내 회사가 발생한 채무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등 파생상품을 계열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수해 실질적으로 채무보증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탈법행위’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적용 대상은 ▷채무증권 ▷신용연계증권 ▷기업의 파산·부도 등에 따른 신용변동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이 ▷지분증권 ▷수익증권 등인 경우는 제외했다.
아울러 거래 당사자에는 은행·보험회사 등 공정거래법 제2조에 따른 금융기관에 더해 특수목적법인도 포함했다. 상출집단이 금융기관과 TRS를 직접 거래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 특수목적법인을 중간에 두고 거래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정위는 “상출집단 소속 국내 계열사들이 채무적 성격을 지닌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파생상품을 금융기관 또는 특수목적법인과 거래하면서 실질적으로 채무보증의 효과가 발생한 경우에만 탈법행위에 해당하도록 판단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제정안은 또 채무보증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도 명시했다.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유형으로는 실질상 채무보증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단순채무증권, 신용연계증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을 꼽았다. 반면 계약기간 내 전환권이 행사된 전환사채, 주식·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TRS는 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공정일은 고시 제정일로부터 6개월 이후 상출집단이 새롭게 계약한 파생상품부터 제정안을 적용할 수 있도록 부칙을 마련했다. 행정예고 기간에는 이해관계자,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제심사, 전원회의 의결 등을 거쳐 확정·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출집단이 TRS 등 파생상품을 채무보증 제한제도 우회수단으로 악용하는 탈법행위가 효과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기업들의 예측가능성 역시 높아져 파생상품을 통한 채무보증 탈법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