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막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CNN방송과 스페인어권 일간 엘파이스, 브라질 매체 G1 등에 따르면 올해 G20 의장국인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제안에 따라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를 이번 회의 주요 의제로 삼고 가시적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국가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
가장 강하게 반기를 든 나라는 강경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 이웃’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기후 위기론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상 공동 선언문에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고 G1은 전했다.
선언문 초안을 다듬는 정상회의 준비 회의(셰르파 회의) 과정에선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기류를 바꿔 공동 성명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 역시 “(아르헨티나는) 논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류”라는 소식통의 전언이 있다고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이는 밀레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후 위기론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해 왔다. 이는 기후 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시각과 일치한다.
밀레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전에는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향후 아르헨티나 외교 정책 주파수를 미국과 맞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가 부유세 과세에 관해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협의 촉진 노력’에 대해서도 저항하고 있다고 18일 전했다.
엘파이스와 G1은 “브라질 외교가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이 마치 트럼프 특사처럼 행동한다는 우려를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 재집권’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주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부각한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빈국들에 대한 ‘일방적 개방’(unilateral opening) 정책 확대를 천명하는 등 ‘환심 사기’에 나서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시 예상되는 어려움을 반영해 전략적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 장벽에 ‘새로운 투자처’를 자처하며 차별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은 페루 APEC 정상회의에서 “모든 당사국이 발전하는 중국의 급행열차에 계속 탑승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