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위 대응력 키워야” 지적
글로벌 빅테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내년 송무 관련 예산으로 4억원을 배정했다.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제재 처분이 많아지고 이에 따른 법적 분쟁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어 개보위의 대응 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도 개보위 총예산 646억원 중 송무 예산(정부안)은 4억2000만원이다. 2022년 2억2600만원, 2023년 2억원이었던 개보위 송무 예산은 2024년 4억2000만원으로 2배 증액됐으나 내년에는 동결됐다.
개보위는 개인정보 유출,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국내외 기업에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특히 메타,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단골’이다. 구글은 2022년 9월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웹사이트 및 앱 방문·사용 이력, 구매·검색 이력 등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해 6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개보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가장 큰 규모다.
메타는 더욱 심하다. 2020년 11월 페이스북 소셜로그인 이용자의 친구 정보를 동의 없이 제공해 67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2년 9월에는 구글과 같이 타사 행태 정보 수집으로 308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달 14일에는 ‘민감정보’를 수집해 과징금 216억원이 추가됐다. 페이스북 프로필을 통해 국내 이용자 98만명의 종교관·정치관, 동성과 결혼 여부 등 민감정보를 수집해 광고주에게 제공했다. 이 밖에도 개보위는 카카오, 인스타그램, 알리익스프레스, 페이팔 등 국내외 IT기업 다수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빅테크에 대한 제재 처분 상당수가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제공은 IT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이용자가 제공한 정보가 광고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받은 처분이 유럽, 미국 등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형로펌을 선임해 민감하게 대응한다. 과징금 액수도 쟁점이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 이하이기 때문이다. 위반행위를 통해 기업이 얻은 이익을 두고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구글은 타사 행태정보 수집 제재에 반발해 불복 소송을 제기,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메타 또한 타사 행태 정보 수집 관련 소송을 포함해 총 3건(과징금 기준 440억원)의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최근 결정된 민감정보 제재 처분에 대해서는 아직 소송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 또한 오픈 채팅 서비스 관련 개인정보 보호 의무 조치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1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뒤 이달 들어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대학 교수는 “개보위가 적극적으로 처분을 내리면서 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개보위를 대리하는 로펌들이 손해를 감수하는 구조”라며 “소송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예산이 최소 10억원 이상은 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