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일관성 무너뜨려”
거액의 가상자산(코인)을 숨기고 허위재산신고 의혹으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전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양근혁 기자]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갑작스러운 가상자산 과세 입장에 민주당의 정무적 판단과 정책적 일관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의 의견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많이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금투세를 폐지하며 청년층과 소액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 활성화를 주장했던 민주당이 이제 가상자산 과세를 논의하며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은 시장과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를 통해서 지지율 상승세 속에 정책적 차별화와 대중적 공감을 기반으로 중도 지지층을 확대하려고 했던 민주당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뚝심 있게 정책적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욕이라도 덜 먹는다”며 “그런데, 이렇게 왔다 갔다 갈지자 행보를 하면 양쪽으로부터 다 욕먹게 되고, 국민의 신뢰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많은 논란과 진통을 겪으면서도 금투세 폐지 결론을 당론으로 만들어냈다. 이것은 단순한 세법 개정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미래를 고민하며 정책을 집행하려는 민주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정무적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집권을 목표로 한 중도층 확장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가상자산 과세 행보는 잘 나아가던 방향에서 벗어나 엉뚱한 샛길로 빠진 듯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778만 명에 이른다. 이 중 다수가 재산을 증식하고자 하는 소액 투자자, 개미투자자이며, 주식투자 하는 사람 대다수가 가상자산 투자자”라며 “이 사람들이 우리가 마음을 얻으려고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금투세 폐지가 청년층과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면, 동일한 논리가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은 정무적 관점에서도 이해가 안 되지만, 논리적 타당성이나 설득력도 없다”며 “민주당이 이제는 운동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용적 사고로, 시장친화적인 경제적 마인드를 탑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민생을 위한 정당’이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가상자산 과세 추진으로 이 메시지가 퇴색한다면 민주당은 스스로 정책적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집권을 위한 정무적 판단에도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며 “가상자산 산업을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가상자산 산업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갔으면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현재 민주당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 기본공제 한도액을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정부·여당에서 주장하는 과세 유예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최근 급등한 가상자산 가격과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회유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해서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당론과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