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미국 대선 종료화 함께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당국이 마침내 나섰다. 금융당국이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을 더욱 촘촘하고 정교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거래소들의 이상거래 감시 운영 실태와 최근 가상자산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가격 급등이 상당히 이뤄진 뒤에 이뤄지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감시 시스템과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 프로세스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거래소들은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격, 거래량 변동, 매매 유형, 시기별 시세상승률,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주문, 주문관여율 등을 고려해 이상거래를 적출, 심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자산시장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현재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하는 이상거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유통량이 늘어남에 따라 주문량이 많아져도 호가에 관여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현재 이상거래 적출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이상거래가 의심되는 경우 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황 점검 이후 거래소들에 기존의 계량적인 기준 외에도 복합적인 요인을 검토해 적출 기준을 더욱 정교화하고 이를 내규에 반영하라고 지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거래소 시스템뿐만 아니라 금감원 자체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 역시 개편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거래소들에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도 강화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현재 가상자산시장 조사업무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상거래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에 거래유의를 안내하고, 해당 이용자 또는 가상자산에 대해 거래를 중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 ‘어베일’ 사태에서 거래소가 이상거래를 감지하지 못하고, 이용자 보호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베일은 지난 7월 빗썸에 상장된 이후 당일 1,400% 폭등했다.
이런 조치가 나온데는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급등하고 있어서다.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한때 9만9850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지난 22일 1억3877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종가(9811만2천원)보다 무려 40% 이상 높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승장에서 비트코인이 12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코인 매수세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전날 오후 6시 기준 24시간 거래 규모는 25조32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8조172억원)과 코스닥시장(7조9967억원)을 합한 것보다 10조원 가까이 많은 천문학적인 액수다.
코인마켓캡이 추산하는 ‘가상자산 공포 및 탐욕 지수’는 전날 기준 87로, 열흘 넘게 ‘극도의 탐욕’(80 이상) 구간에 머물렀다. 그만큼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시장으로 시중 자금이 집중되다 보니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사이 순환매가 나타나기도 한다.
전날도 업비트에서 리플, 도지코인, 스텔라루멘 등의 거래 규모가 대장주 비트코인을 훌쩍 뛰어넘었다. 거래 규모가 미미한 ‘동전주’가 이유 없이 급등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런 가운데 거래소들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보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이달 초 기존의 자체 시장감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시장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을 추가했다.
빗썸도 불공정거래를 사전 차단하고 자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자전거래 방지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와 핫라인을 통해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히 소형 코인의 거래량과 가격 동향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비트코인 10만달러 찍다니…금융당국 이상거래 점검 나선다
감시 시스템 더 정교하게, 내년 상반기 제도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