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이 한반도 지도 모양의 표장을 “상표로 등록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상표법상 등록받을 수 없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성경식품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상표 등록 거절 심의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성경식품 측 패소로 판단한 원심(특허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주식회사 성경식품은 조미김을 제조하는 회사다. 그간 한반도 지도 모양에 ‘녹차김’, ‘파래김’, ‘성경김’, 곱창김’ 등 문자를 결합한 표장을 김 포장지에 사용해 왔다. 그러다 성경식품은 한반도 지도 모양의 표장을 상표로 출원했다. 하지만 특허청·특허심판원에서 연이어 거절당했다. 성경식품은 불복 소송을 냈다.

상표법에 따르면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출원 전부터 특정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한 것으로 식벽력을 갖춘 경우에만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재판에서 성경식품 측은 “해당 상표는 한반도 지도 그 자체가 아니라 상당한 생략·변형을 거친 것이므로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도 모양에 문자를 결합한 표장을 그간 김 표장지에 사용해 온 결과 수요자 간에 식별력을 갖췄으므로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허소송은 당사자의 침해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2심제로 진행된다. 1심을 맡은 특허법원 5-1부(부장 임영우)는 지난해 4월, 성경식품 측 패소로 판결했다.

특허법원은 “해당 표장은 두 줄의 녹색 선으로 표현된 한반도, 제주도, 울릉도, 독도 모양 도형으로 구성돼 있다”며 “상표법상 ‘지도만으로 된 상표’엔 정확한 지도는 물론 사회통념상 지도라고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것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표장이 일반 수요자에게 대한민국 지도 외에 다른 관념이나 인상을 갖도록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경식품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허법원은 성경식품의 두 번째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특허법원은 “성경식품이 1994년부터 가공 김을 생산·판매하면서 꾸준한 홍보,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정도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문구를 결합한 형태가 아닌 해당 표장 단독으로 상품을 판매한 실적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특허법원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특허법원)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성경식품 측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