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검사 사칭’으로 7번째 재판…이재명 위증교사 오늘 1심 선고

이재명 ‘위증교사’ 1심 선고
2002년 검사 사칭 사건에서 시작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서
김병량 시장 前 비서 회유해 위증시킨 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철호 KBS PD와 의혹을 취재하던 중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MBC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 15일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 집형유예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열흘 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경기도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으면서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부장 김동현)는 25일 오후 2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2002년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증인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위증하게 시켰다는 혐의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이미 6번의 재판을 받았다. 22년 전 검사 사칭 사건과의 악연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증교사 재판 뿌리는 22년 전 ‘검사 사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출석,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시작은 2002년 5월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 수장이었던 고(故) 김병량 시장의 ‘분당 파크뷰 특혜 의혹’과 관련한 대책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를 취재하던 KBS 최철호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해 김 전 시장을 인터뷰했다는 혐의(공무원자격 사칭)로 같은 해 7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이라고 봤다. 이 대표가 최PD에게 김 전 시장이 속을만한 검사의 이름을 알려줬고, 최PD가 인터뷰하는 동안 옆에서 질문을 구체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봤다.

이 대표는 최PD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김 전 시장과 통화를 한 것은 맞지만, 자신이 검사 사칭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최PD가 김 전 시장과 전화하는 동안 ‘우연히’ 같은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는 취지다. 결과는 유죄였다. 1심, 2심, 상고심을 거쳐 2004년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다.

지난 2020년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2018년 경기도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2018년 검사 사칭 사건이 소환됐다. 경기도지사 선거 중 “검사 사칭 사건은 누명을 쓴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대장동 도시개발 성과 과장 등 발언과 함께 묶여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으로 기소됐다. 1심 무죄, 2심 유죄, 3심 무죄로 기사회생했다. 다만 검사 사칭 부분은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세 번 모두 무죄를 받았다.

2023년 10월, 검사 사칭 사건은 ‘위증교사’ 사건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준비하면서 김 전 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김 전 시장과 KBS가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증언해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檢 “답안지 주듯 계획” vs 李 “녹취록 조작”


검찰은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하며 확보한 녹취록에서 범죄혐의를 찾았다. 이 대표와 김진성 씨가 2018년 12월 22일과 12월 24일 2차례 약 30여분간 나눈 통화 내용이다.

이번 사건은 녹취록 ‘해석’이 쟁점이다. 같은 증거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검찰은 김 씨가 KBS-김 전시장 사이 합의에 대해 “알지 못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했는데도, 이 대표가 “들었다고 해주면 된다”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위증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3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본인이 만든 거짓 주장을 기정사실인 양 김진성에게 여러 차례 반복 주입하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가 김 씨에게 변론요지서를 보내고, 신문 사항을 사전 제공한 것을 두고는 “수험생에게 답안지를 제공한 것과 같다. 100% 완벽한 위증을 요구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결심공판 다음날인 10월 1일 자신의 SNS에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의 주장은 정반대다. 검사 사칭 사건 배경을 두고 ‘기억을 되살려봐라’고 요구했을 뿐 위증을 교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검찰이 녹취록의 일부를 발췌해 ‘조작’했다고 반박한다. 지난 2월 공판에서 이 대표는 직접 “검찰이 전체라고 제시한 녹취록은 (전체 녹취 내용 중) 극히 일부만 제시한 것이다. (실제 녹취록에는) ‘기억을 되살려달라, 사건 재구성하자는 거 아니다, 안 본 것을 봤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내용이 12번 정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결심 공판 직후인 지난 10월 1일 페이스북에 <통화 녹취 원본 파일..위증교사인지 직접 판단해 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와 김 씨의 2차례 통화 녹음이 담긴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채널 게시물과 함께였다.

검찰 위증교사 ‘엄벌’ 강조…“실형 내려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기소된 5개 사건 중에서 가장 유죄 가능성이 높은 사안으로 꼽힌다. 법원이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를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의혹 등 총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위증교사 엄벌 추세를 고려해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증교사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위증교사로 유죄가 확정된 195건 중에서 실형은 35.4%(69건), 집행유예 58.4%(114건), 벌금형 6.2%(12건)이다.

검찰은 “이미 무고죄로 형사처벌 전력이 있고 증거인멸 및 재범 위험도 크다”며 “현재 피고인은 사법절차를 존중하기는커녕 공당의 대표로서 지위를 개인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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