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위스키를 맛보다, 디아지오의 ‘스페셜 릴리즈’

26일 서울역 롯데마트서 ‘2024 스페셜 릴리즈’ 시음행사
혀가 타들어가는 느낌에서 과일향이…물 섞으니 또다른 맛


디아지오코리아 ‘2024 스페셜 릴리즈’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위스키는 고(故) 신해철의 ‘재즈카페’ 속 위스키 밖에 몰랐다.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데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실토한다. 위 가사를 적기 전까지, 위스키 브랜디가 하나의 단어인 줄 알았다. 글을 쓰면서 비로소, 위스키와 브랜디가 다른 술임을 알게 됐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지상을 점령하고 깐 ‘로얄 살루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마시던 그 유명한 ‘시바스리갈’이 위스키라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닫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40년간 쓴 소설에서 18개의 위스키 상표를 언급했고, 수많은 위스키 관련 서적이 나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술의 영역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26일 오전 찾은 서울역 롯데마트 3층 보틀벙커. 디아지오코리아가 내놓은 위스키 ‘2024 스페셜 릴리즈’ 시음회가 열렸다. 성중용 디아지오코리아 아카데미 원장이 시음을 도왔다.

책상 위에는 덮개로 덮인 8개의 잔이 놓였다. 몰트락·싱글톤 글렌 오드 14년·탈리스커 8년·라가불린 12년·오반 10년·쿨일라 11년·로즈아일 12년·벤리네스 21년 등 8종의 위스키다.

“먼저 천천히 향을 맡으세요. 입 앞에서 입 위에서, 입 아래에서. 모두 다른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잔을 기울여보세요.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술에 점성이 생깁니다. 우리가 ‘위스키의 눈물’이라고 부르는, ‘레그’가 잔을 따라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입안에서 굴려보세요.” 시음회가 시작되자, 위스키 마시는 방법에 대한 성 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 접한 디아지오코리아의 ‘몰트락’은 인생 첫 위스키가 됐다. 몰트락은 ‘위스키가 식전주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무겁고 대담한 풍미로 ‘더프타운의 야수’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더프타운은 몰트락의 원산지다.

한 모금 들이켰다. 위스키에 닿은 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다. ‘극강의 탄산’을 마시면 혀 돌기가 톡톡 터지는 느낌이다. 위스키는 그 느낌을 넘어선다. 술이 닿는 모든 부분이 ‘활활 타는’듯하다. 성 원장은 이 맛을 “스파이시(spicy)하다”고 했다.

‘이걸 삼켜야 하나, 아니면 저기 보이는 잔에 도로 뱉어야 하나….’ 찰나 고민에 빠졌다. 꾹 참았다. 입에 머금은 위스키를 혀에서 굴리기 시작했다. 구강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스키가 닿는 모든 곳이 ‘타오르는’ 느낌이다.

그렇게 굴리기를 한참. 입안에서 침이 나오며 위스키가 희석되기 시작됐다. 그리고 타는 느낌이 잦아들었다. 맛도 부드러워졌다.

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윗니와 아랫니를 꾹 다문 채, 혀 중간에 힘을 주고 머금고 있는 위스키를 목젖 뒤로 넘겼다. 눅진한 위스키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과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타는 느낌이 덜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위스키가 목젖을 넘어가자 헛기침이 두 차례 터져 나왔다. 이때까지 몰랐다. 위스키의 도수가 그렇게 높은 줄을. 출시된 8종 모두 50%대의 술이었다.

“위스키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물’을 타는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영국 대사에게 물어도 그렇게 답할 것입니다. 물 몇방울이 ‘잠자는 야수’를 깨울 것입니다.” 성 원장이 위스키를 마시는 또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테이블에 놓인 스포이드로 시음잔에 ‘물’을 몇방울 떨어트린 뒤 다시 마셔 보란다.

물 세 방울을 떨어트린 뒤, 한 모금 더 들이켰다. 물을 타니 확실히 풍미가 달라졌다. 위스키의 향이 ‘야수’처럼 깨어난 것이다. 맛도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첫 모금보다 먹기가 수월해졌다. 몰트 시음을 시작으로 독특한 스피아시의 싱글톤 14년, 강렬한 피트향이 특징인 틸러스커, 달콤한 맛의 ‘라가불린 12년’등 8종을 차례로 시음했다.

성 원장이 형형색색으로 차이를 보이는 위스키 라벨을 설명하며 그 맛이 무엇이 다른지 한참을 설명했다. 맛의 차이를 느끼려, 혀에 올린 위스키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고백한다. 나의 인생 첫 위스키 경험으로는 그 맛을 구별해내지 못했다. 향의 강도만 달랐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으니 시음회장에서 누군가 “많이 마시다 보면, 맛의 차이를 알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자가 시음회 마지막 잔인 ‘쿨일라 11년’시음 잔을 기울이고 있다.


시음이 끝나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성 원장이 계속 강조했던 ‘위스키에서 풍기는 과일향’은 도대체 어떻게 맡을 수 있는 것일까. 성 원장은 이에 대해 “위스키는 곡물, 효소, 물만 들어가 제조된다. 만드는 과정에서 배나 사과 등 과일 향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캐치하기는 어렵다”는 답을 줬다.

사람이든 음식이든, 또다시 생각이 난다면 ‘매료됐다’는 표현을 쓴다. 마라탕이 ‘짜장면’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그 알싸한 ‘중독성’ 때문이다. 마라탕집을 나온 뒤, 아릿한 매운맛이 다시 생각난다면 ‘매료’는 이미 시작됐다. 코를 싸쥐고 입천장이 홀라당 벗겨지는 경험 후 홍어 맛이 또 떠오른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홍어에 매료된다.

위스키를 한 모금 머금었을 때의 그 타는 느낌은, 현장을 벗어나고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다시 떠오른다. 언젠가 내 손으로 위스키를 다시 찾는 날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기자는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한편 이번 ‘2024 스페셜 릴리즈’ 제품은 롯데ON에서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12월 5일부터 롯데ON과 롯데마트 40개 매장, 전국 보틀벙커 매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Print Friendly